요즘 중국언론에는 '가전하향(家電下鄕)'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가전하향은 농민이 가전제품을 살 경우 판매가격의 13%를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책이다. 농민들이 TV를 사들고 웃거나 부부가 집에 들여놓은 세탁기를 만지는 사진 등은 거의 매일 중국언론에 나온다. 내수부양의 대표 정책인 가전하향으로 가전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가전하향은 외자기업들엔 그림의 떡이다. 대상 품목의 판매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부품을 많이 사용하는 외자기업들은 판매 가격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무주공산이 된 농촌시장에서는 중국업체들만 활개를 치고 있다. 외자기업들에 대해 교묘하게 진입장벽을 친 셈이다.

가전하향뿐 아니라 중국정부가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업종별 지원책들도 자세히 뜯어보면 자국산업 육성이라는 목표가 선명하다. 대부분 업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기술혁신에 대한 지원강화'다. 독자기술 확보를 겨냥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국가차원의 기술개발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거의 전 업종에서 발견된다.

중국정부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의 대형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은행들의 M&A(인수합병)대출펀드를 허용해 철강 자동차 전자 등 핵심 업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국에서 최근 들려오는 뉴스에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게 있었는지 감감하다.

오히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는 "대기업들이 숨겨놓은 100조원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영속성이 확보돼야 고용도 가능하다. 기업 경영진이 사업성을 판단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임 행위다. 100조원의 돈을 고용에 쓰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기업들이 그 돈을 경쟁력 강화에 쓰도록 정책을 만들어내는 게 집권당이 할 일이다.

자본주의 초년병인 중국보다 못한 집권당을 가진 게 우리나라라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