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차기 사장 선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업계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뜨겁다. 현대건설은 62년의 근대 건설 역사를 같이한 건설종가로서의 상징성에다 경제위기속에서도 업계 1위 자리를 올해 다시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표이사 자리가 더욱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기업으로 경인운하와 4대강 등 각종 대형 공공공사 발주가 예정돼 있어 건설과 관련이 별로 없는 세인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건설산업에서 국토부 장관이 공공의 수장이라면 현대건설 대표는 건설의 민간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 현대건설 차기 사장 결정의 주요 변수는 ‘출신대학’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견해가 있어 흥미롭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경영학)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정치외교), 최장현 국토부 제2차관(경영학)이 모두 고려대 출신인데다 주요 대표 건설사 CEO들도 대부분 고대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5대 건설사 대표이사들의 출신대학을 보면, 현재 1위인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경제학과)과 최근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업계 2위의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대 부회장(정치외교), 4위인 GS건설의 허명수 대표이사 사장(전기공학)이 모두 고대 출신이다. 특히 GS건설은 허명수 사장은 물론이고 허창수 회장(경영학)과 최근 대표이사 총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갑렬씨(경영학) 역시 모두 고대를 나와 눈길을 끈다. 업계 5위권에서 타대학 출신은 현대건설의 현 이종수 사장(경영학)과 대림산업의 이용구(건축공학) 회장만이 연세대를 나와 건설산업을 대표하는 업계의 출신대학 경쟁은 고대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고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현대건설 차기 사장은 단연 고대 출신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고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업계와 정계에 두루 우군을 갖고 있어 사장 인선에 한발짝 더 다가서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히려 고대판이라는 역풍이 불면 강점이 약점으로도 변할 수 있다. 때문에 반대의 경우 수를 따져, 현재 업계의 ‘고연전’을 ‘연고전’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주장이 힘을 얻으면 연대 경제학과 출신의 김종학 현대도시개발 사장이 유리할 수도 있다. 현재 현대건설 주요 임원진은 연대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아 조직 내부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연대 출신 수장이 낫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이번에는 현대건설 임원진의 학맥구도를 좀 바꿔보자는 바람이 불 경우 약점으로 변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고연전과 연고전 논란을 불식시키고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학연의 문제를 고쳐보자는 여론이 커지면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선규 현대건설 부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설득력을 얻게 된다. 김 부사장은 학맥이 약하다는 문제가 가장 큰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오히려 자수성가형으로 실력으로 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다는 점에서 연고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최대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여동진 전 현대건설 부사장(서울대 무역학)이 사장 후보로 전격 합류한 것을 두고 학연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건설업계 고연전에 서울대 출신을 포함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일명 SKY(서울대.고대.연대)전을 펼쳐야 진검승부라는 얘기다. 현재 국토부와 업계 빅5 대표에서 서울대 출신은 권도엽 국토부 제1차관(토목공학)이 유일하다. 우리 사회 정부와 민간 기업의 대표들의 출신대학을 보면 대부분 일명 SKY대학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그밖의 대학 출신들이 일부 포진하고 있는 형국이고 건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현대건설 차기 사장 경쟁은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출신대학간 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세인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대건설 차기 사장은 출신대학이 어느 곳이냐가 결정의 변수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어느 대학을 나왔기에 사장 적임자고 어느 대학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발상이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학에 대한 시중여론의 눈치를 봐서도 안된다. 현대건설은 ‘국민의 기업’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첫 해외건설 진출 기업이고 오랜 세월 국가 기간산업과 시설을 건설해왔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건설의 주주구성을 보면 산업과 우리, 외환, 국민, 신한, 농협, 하나은행 등 다수의 은행권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은행들은 또한 정부가 상당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현대 직원과 일반 국민 등 개인주주들도 많다. 말그대로 국민의 기업인 것이다. 이런 기업의 대표를 단지 출신대학으로 결정하거나 출신대학이 주요 변수가 된다면 현대 임직원은 물론이고 이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을 일류기업으로 계속 성장시키고 세계로 나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뚝서게 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임직원들을 하나로 아울러 단합시키고 이끌 수 있는 인품, 그리고 소비자이자 주주인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도덕성을 겸비한 수장이어야한다. 이번 주말을 통해 다음주 월요일(16일)이면 경영진추원위원회는 차기 현대건설 사장을 선정해 현대건설 이사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 (고려대 경영학) 정종환 국토부 장관 (고려대 정치외교) 권도엽 국토부 제1차관 (서울대 토목공학) 최장현 국토부 제2차관 (고려대 경영학)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고려대 경제학)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 (고려대 정치외교)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연세대 경영학) 허명수 GS건설 사장 (고려대 전기공학) 이용구 대림산업 회장 (연세대 건축공학) 김선규 현대건설 부사장 (명지대 경영학) 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고려대 건축공학) 김종학 현대도시개발 사장 (연세대 경제학) 여동진 전 현대건설 부사장 (서울대 무역학)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