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염료승화형 사진인쇄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서울 가산동에 있는 디지털 사진 및 ID카드용 인화소재 전문기업인 디지큐브의 김환기 대표(39 · 사진)는 경기 침체로 움츠러든 요즘 오히려 인력 채용과 시설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동 중인 전주공장과 신축 중인 광주공장의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매주 한두 차례 KTX를 타고 서울과 지방을 오가느라 쉴 틈이 없다. 김 대표는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영상기자재 전시회인 'PMA2009' 참가를 위한 준비 상황도 매일 점검한다. 여기에다 해외 바이어와의 상담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2006년 4월 사진출력용 키오스크 제조 업체로 출발한 디지큐브는 그해 15억원의 매출을 올혔다. 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에 맞서 기술을 개발했지만 키오스크 한 품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듬해 대기업의 필름사업부를 인수해 사진 소모품 시장에 진출,매출을 40억원으로 키웠다. 지난해엔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성공해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지금은 소모품이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꾸준한 성장은 세계 사진인화 시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은염(암실 인화) 방식에서 염료승화형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염료승화형은 헤드가 염료를 순차적으로 가열,승화시켜 전용지 표면을 증착하고 코팅하는 방식으로 은염보다 출력에 사용되는 하드웨어 가격이 10분의 1 정도로 낮으면서 사진 품질도 좋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소비자들이 단순 사진 인화보다 포토북(Photobook) 인화를 선호하는 경향에 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휴대폰 액정 크기만한 사진에서 4?C6,6?C12 등 다양한 형태의 사진을 미니 앨범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김 대표는 "그동안 사진 인화는 흑백에서 컬러로,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해왔는데 앞으로는 4?C6 단면 인화에서 포토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사 성장에 발맞춰 현재 60명인 인력을 올 연말까지 해외영업인력을 비롯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소재생산 및 생산관리 인력을 중심으로 확충해 직원을 100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구조조정의 대열에 낀 많은 중소기업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 회사는 오는 5월 중 광주광역시 평동산업단지 내 9537㎡의 부지에 짓고 있는 공장에 1600㎜ 장폭 사진인화지를 분당 60m씩 생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라이아 코터 등 첨단 설비를 갖추기로 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사진시장은 지난해 790억달러에서 올해 107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디지큐브가 올해부터 일본 업체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염료승화형 사진 인화 시장에서 견제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큐브를 몇 년 뒤 일본의 동종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김 대표의 포부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가 성장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면 올해는 '제2의 창업의 해'로 탄탄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세계 사진인화 시장의 1등 자리를 꿰차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