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환경 악화"우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30일 남북간 합의사항 폐기를 선언한 데 대해 현대아산 등 남북경협 기업들은 "지금도 악화된 남북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군사적 대치상황이 장기화하고 심화되면 결국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경협 재개를 희망하는 시점에서 암울한 전망도 있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입장도 함께 나타냈다.

현대아산 측은 이날 북측 성명과 관련, "하루속히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 관계는 정치.군사적 부문과 경제.사회.문화 부문 등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 "이번 성명은 정치.군사 부문을 언급한 것이어서 남북 경협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조평통의 성명은 지난해 12월 1일 군사적 대응조치를 밝힌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연장선으로, 남북 경협 사업자를 겨냥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닌 것으로 본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다음날인 7월 12일부터 금강상 관광을 전면 중단했고 11월 28일에는 개성관광 마저 중단한 상태다.

이로인한 매출 손실액은 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 안내.버스운전.판매 등을 담당하는 중국동포를 모두 중국으로 되돌려보내는 등 금강산.개성 관광사업 인력을 1천명에서 500명으로 절반 가량으로 축소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90여개 기업들은 지난해 '12.1' 조치에 이어 이번 북한의 '남북 합의 전면 무효' 선언으로 경영 환경이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적 가치가 큰 개성공단에 대해 완전 철수나 북한 노동력 공급 중단 등 극단의 후속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남북 관계 경색 자체만으로도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이임동 사무국장은 "당장 개성공단 가동에는 직접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12.1 조치와 이번 선언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해외 바이어들이 안정적 공급을 의심하고 개성공단 업체들에 주문을 주지 않는 현상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남북간 정치적 문제로 입주 기업들이 큰 '기회'를 놓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시계 제조전문업체 '로만손'의 김기문 대표(중소기업중앙회장)도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1조치 이후 개성공단의 실질적 가동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납품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로 개성공단에 주문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거리가 없다 보니 북한 직원들을 수 백명씩 무급휴가를 보내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관계가)바닥을 치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말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신호경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