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빼앗느냐 지키느냐’…지분 경쟁 불붙기 때문

[Make Money] 공개매수 대상 주식은 왜 가격이 급등하지?
연말을 앞두고 증시에서 공개매수를 활용한 대담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잇따르고 있어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공개매수는 말 그대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뜻한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선언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적대적 M&A 수단으로 쓰인다.

적대적 M&A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개매수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공개매수 선언과 동시에 해당 기업 주가는 급등세를 보인다.

공격을 받는 상장기업도 다양한 방어 전략을 구사한다.

투자자들은 공개매수를 둘러싸고 일련의 사건들에 눈을 떼지 못한다.

공개매수는 가장 확실한 적대적 M&A 수단이지만 자주 보기 힘들고 성공 사례도 많지 않다.

최근 공개매수가 벌어진 태원물산과 혜인의 사례를 토대해 공개매수를 자세히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 공개매수는 가장 확실한 적대적 M&A 수단

적대적 M&A는 상대 기업의 동의 없이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를 뜻한다.

기업에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대주주를 넘어서는 주식이 있어야 한다.

기업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보다 많은 주식이 있어야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을 다른 주주들로부터 사 모아야 적대적 M&A가 가능한데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시장에서 조용하게 지분을 사 모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시장에서 한꺼번에 주식을 많이 사들이려면 주가가 껑충 뛰어버리게 마련이어서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또 회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금융감독원에 그 사실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 매집 사실이 들통나고 만다.

그래서 차라리 시장가에 다소 돈을 얹어주더라도 일정한 가격을 정해놓고 공개적으로 주식을 단숨에 사들이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바로 공개매수다.

보통은 장내에서 일정 지분을 조용하게 매집하다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공개매수를 선언한다.

최근 적대적 M&A 세력들이 공개매수를 선언한 태원물산과 혜인 사례도 마찬가지다.

⊙ 공개매수→주가 급등→대주주 대응책 마련

장외 건설업체인 라파도이엔씨는 지난 5일 건설 중장비 수입업체인 혜인에 대해 적대적 M&A 의사를 밝히고 오는 24일까지 혜인 주식 130만주(10.46%)를 주당 80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부터 혜인 지분 9.26%를 장내매수한 후 전격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한 것이다.

태원물산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장외 건설업체 은산토건도 같은 전략을 썼다.

은산토건은 태원물산 지분 6.25%를 장내에서 사들인 이후 돌연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공개매수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서 일정 기간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

태원물산은 지난달 28일 공개매수가 선언되자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은산토건의 공개매수가 2만5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자 지난 5일 은산토건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1만원 높이고 매수물량도 30%에서 35%로 확대했다.

공개매수가 선언되면 경영권을 지키려는 대주주와 인수하려는 측 간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공개매수 대상 기업의 대주주는 손놓고 있다가는 회사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지분율을 더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시장 안팎에서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여의치 않은 대주주는 직접 매입보다는 우호세력인 '백기사' 영입을 추진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우호세력 지분을 포함해 대주주 측 지분이 50%가 넘으면 공개매수가 성공하더라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 공개매수 대부분 실패로 끝나

공개매수는 시도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 모두 상당한 자금 부담을 안겨준다.

이로 인해 적대적 M&A를 위한 공개매수 시도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2004년 현대엘리베이터(공격자 KCC) 에스텍(동성화학) 세이브존I&C(이랜드월드)와 올해 샘표식품(우리투자증권 사모투자펀드 마르스1호) 등 4건에 불과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한 사례도 매우 드물다.

1994년 한솔제지의 동해투금 인수나 1997년 사보이호텔의 신성무역 인수가 성공했지만 앞서 거론한 4건을 비롯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상식적으로 볼 때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 가는 공개매수에 주주들이 왜 응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선언으로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현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아지면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게 돼 적대적 M&A 세력은 애초 목표치만큼 주식을 살 수 없게 된다.

또 적대적 M&A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공개매수 성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우리투자증권 사모투자펀드 마르스1호가 샘표식품을 상대로 공개매수를 선언했던 사례도 결국 주가 급등으로 실패로 끝났다.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가가 2만원 초반이었을 때 3만원에 공개매수하기로 선언했지만 주가는 3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개매수 가격과 기간 물량 등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한다.

공개매수 조건은 금감원 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공개매수신고서에 자세히 기재돼 있다.

현재 주가와 공개매수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은 기본이고 공개매수 기간과 물량을 살피면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야 한다.

특히 공개매수 마감 후 목표 매수물량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공개매수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주들은 공개매수 기간 언제든지 응모했다가 취소할 수 있지만 공개매수 진행자는 일단 기간이 시작되면 공개매수를 취소할 수 없다.

조진형 한국경제신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