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디워 이무기 논쟁을 몰고오다
코미디언 출신 심형래 감독의 SF영화 '디 워(D-War)'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영화인들은 '디 워'가 작품 자체로는 전혀 뛰어나지 않은데 애국주의 마케팅에 힘입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작품의 모방품' '엉망진창' '진짜 허술하다' '영구가 "영구 없다"고 말하는 꼴' 등의 혹평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같은 비평은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충무로가 맨손으로 일궈낸 심형래 감독의 성공에 배아파하고 있다'는 인터넷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주류 영화계의 본산인 충무로와 기존 평론가들에 대한 깊은 불신도 깔려있는 듯하다. 영화인들과 네티즌들의 대립은 감정 싸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화인들은 비평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맹목적인 애국심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고 네티즌들 역시 기득권을 가진 영화인들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디 워'를 둘러싼 논란은 몇가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첫째,기존 충무로의 영화제작 관행이 이제 변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작품성만 표면에 내건 채 영화산업의 선순환을 가져올 흥행영화 제작을 도외시하고,비슷비슷한 아류작들만 만들어온 충무로로서는 이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디 워'의 경우 애국주의 마케팅이 문제가 되었지만 작품의 주제 자체를 애국주의에 맞춘 영화라면 충무로 영화가 더 많았고 정치적 색깔을 입힌 영화만 주제의식이 있는 그럴 듯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둘째,'디 워'를 흥행작으로 만든 요소 중의 하나인 애국주의 마케팅이 과연 한국영화계 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디 워'가 한국영화의 대표 주자로 미국 시장에 비쳐졌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국내에서 '디 워'를 모방한 3류 작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 워'는 코미디언 출신 심형래 감독이 만든 영구아트 무비가 6년여의 제작 기간 동안 순제작비 300억원가량을 들여 만든 SF영화. 1999년 8월 기획ㆍ제작에 들어갔고,지난해 미국에서 후반 작업을 끝내면서 한국과 미국 개봉이 확정됐다. 악한 이무기가 LA 도심을 파괴하는 등의 컴퓨터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개봉될 예정이라는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뿌렸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