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정시 논술 시험이 마무리 단계다. 지난 16일 서울대 한국외대,17일 춘천교대에 이어 23일 건국대의 시험이 끝나면 2007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의 평가일정이 막을 내린다.

올해 정시 논술에 대해 입시 기관들은 "예년에 비해 제시문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으나 다양한 제한조건을 두는 방법으로 심층적인 독해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며 "문제가 요구하는 제한조건을 지키면서 창의적인 글을 쓴 수험생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 교과서 지문 활용 두드러지고 논제 평이

올해 정시에는 유독 교과서 지문이 많았다.

연세대는 고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 서강대는 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양주동의 수필 '웃음에 대하여',부산대는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진화론과 관련된 지문을 제시했다.

논술 주제도 대체로 평이했다.

이화여대의 '보편 문명',연세대의 '타인에 대한 인식',한양대의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성균관대의 '빈곤국에 대한 국제원조',고려대의 '예술의 기능과 역할' 등은 논술시험을 준비하면서 한 두 번쯤 접했을 법한 비교적 익숙한 주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예년의 수시논술 처럼 응시자의 절반가량이 제시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손을 대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논리적 분석력과 창의력이 고득점의 관건

제시문이 쉬웠다고 해서 문제의 난이도가 낮고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양한 관점의 다수 제시문들이 가지는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도록 한 후 이를 근거로 논술토록 하는 등 문제에 여러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식정보화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가족,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출제한 서울대는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을 미국 사회의 변화 속도와 비교하라' 등 제한조건을 3개나 달았다.

완결성이 있는 좋은 글이라 하더라도 제시문 간의 구조와 관계 등 문제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서술하지 못했을 경우 상당한 감점을 받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창의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오종운 청솔학원평가연구소 소장은 "논리적으로 제시문을 분석했다 하더라도 창의적인 견해나 독창적인 논증과정이 없으면 최고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 2008학년도 논술 대비요령

전문가들은 올해의 출제경향이 내년 입시에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어려운 제시문보다 평이한 글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게 유리하다는 것.교과서도 다시 한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인문계열이라면 사회문화나 윤리,정치,경제 교과서,자연계열이라면 물리,화학,생물 등의 교과서에서 논제의 근거가 될 제시문이 출제될 수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현대사회 문제와 관련된 쟁점들을 정리하고 교과서에 등장하는 사상가나 학자들이 쓴 대표적인 글을 읽어 보는 방법을 전문가들은 권유한다.

최근 논술에서는 제시문 종류가 다양해지는 관계로 그림,도표 등에 대한 이해력도 요구된다.

평소 신문이나 잡지 등에 나오는 그림, 표 등의 자료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글의 개요를 빠르게 작성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출제자들이 논제간의 관계 파악 등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어 개요를 짜지 않으면 글의 주성이 흐트러지기 쉽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
2007년 정시 논술에 비춰본 2008년 논술 대비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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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정시 논술 어떻게 나왔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2007학년도 정시 논술은 평이한 제시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은 이 학교들의 논술문제 해설.


◆ 서울대

16일 서울대가 공개한 논술고사의 주제는 '지식정보화시대에 우리 사회의 기업,가족,정부는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이다.

이를 위해 사회와 자연현상에서 나타나는 '속도'에 관한 제시문(긴 지문) 2개와 예화(짧은 지문) 3개가 제출됐다.

제한시간은 3시간으로 분량은 2500자내다.

우리 사회 각 영역 중 기업,가족,정부의 변화를 진단한 고교 사회교과서의 일부분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저서 '부의 미래' 중 미국 사회에서의 기업,가족,정부의 변화 속도를 수치화하고 분석한 부분이 각각 제시문으로 나왔다.

예화로는 △제 나름의 시간과 속도로 자라는 식물들 △떼를 지어 움직일 때 같은 속도와 몸짓으로 헤엄치는 돌고래 떼 △풀을 차지하기 위하여 앞 다툼을 벌이는 아프리카 산양무리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속도'와 관련있는 지문이 나왔다.

서울대가 내건 요구 사항은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을 미국 사회의 변화 속도와 비교하라'는 것과 세 가지 예화의 의미를 사회 변화 속도와 연관지어 파악하라'는 것,'예화 가운데 하나를 택해 그 입장에서 기업,가족,정부의 변화 속도를 예측하고 이유를 밝히라는 것' 등이다.

학생들이 작성한 글이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반영했는지 여부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연세대


연세대는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장자와 혜자의 논쟁,토머스 네이글의 '박쥐의 입장에서 느낀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고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폴 처칠랜드의 '물질과 의식'이란 4개의 제시문을 주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비교 분석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 현실의 예를 이용하여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일상 생활에서 항상 부딪치지만 무심코 지나가는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자료를 제공해 수험생들의 심층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측정한다는 것이 특징.다수의 제시문으로부터 공통 주제를 찾아 논술하게 했던 지난해(2006 정시)와는 달리 문제에서 주제를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했다.

그 외에 짧은 문항 출제 방식과 다수의 제시문,고사 시간 및 답안 분량 등은 2006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와 동일했다.

제시문의 수준이 전문적인 교과 지식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므로 논제와 관련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할 경우에 고교생 수준에서 충분히 독해가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 고려대

고려대는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예술의 효용'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술하도록 했다.

다산 정약용의 '악론(樂論)',이형식의 '프루스트의 예술론',미카엘 하우스켈러의 '예술이란 무엇인가',넬슨 굿맨의 '예술의 언어들' 등의 예술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드러내는 글들이 제시문으로 제시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주제만 바뀌었을 뿐 문제의 형태에 거의 변화가 없어 평소 고려대 논술고사 유형에 대비한 학생들은 논제를 파악하고 답안을 쓰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는 논술고사에서 제시문의 독해와 정확한 분석,답안의 논리적인 전개 과정 등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비교적 평이한 수준의 제시문일지라도 이들의 논지가 공통 주제 속에서 어떤 구조와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파악했는지 여부가 고득점 획득 여부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