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엔 '1년'주기가 의미 없어진 모양이다. 하기야 10년 전만 해도 이메일이 신기했는데, 이제는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가 가상세계를 달구고 있다. 미국 MIT대 니콜라스 니그로폰테 교수는 10여년 전에 이런 세계를 내다봤다. 그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공동체'가 디지털 사회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1995년 나온 그의 책 제목이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였다.

디지털 세상 한가운데서 시작한 2007년 올해의 화두는 무엇이 될까. 여러 키워드가 있겠지만 '글로벌이다(Being Global)'라고 주장하고 싶다.

외형적으로는 우리도 분명 글로벌한 면을 갖고 있다. 세계 10대 수출국으로 올 수출목표가 3600억달러나 된다. 이미 세계에 700만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나가 살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도 50만명이 넘는다.

이런 상황이지만 수출 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행태와 관행이 지배적이다. 영어간판은 부족하고, 한자간판도 없어져 아시아 지역 관광객들도 길을 잃는다. 주한 외국인들을 만나보면 아이들 교육시킬 일이 큰 걱정거리다. 후진국 출신을 낮춰보고 피부색을 따지는 차별도 여전하다. 세계 경쟁력 순위에서 글로벌화 정도는 여전히 중위권(62개국 중 33위,'AT커니 글로벌화지수 2006')이다.

'글로벌'이 화두가 돼야 하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먼저 시장 구조가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단한' 내수시장이 되려면 인구가 1억명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기술적으로 국경은 사라졌다. 전 세계 기업들이 같은 품질이면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하고 있다. 영문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은 기업이 여전히 많은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가 없어서이다.

79만 실업자의 절반 가까운 34만명(2006년 11월 기준)이 청년실업자이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대학생을 만나기가 어렵다.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이 키워드가 돼야 한다. 세미나 전시회를 열어도 이제 외국인을 부르고 외국인을 상대로 만들어야 한다. 투자도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자금마련도 세계의 부동자금을 겨냥해야 한다. 유럽이나 남미까지 가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시아로만 눈을 돌려도 시장은 넓다. 2003년 기준으로 아·태지역은 인구기준으로 세계의 56%, GDP(국내총생산)로는 27%나 된다.

뻗어나가는 글로벌 못지 않게 내적 글로벌화도 중요하다. 다양성(diversity)을 인정할 줄 아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하면 저급 일자리를 채우기 위한 외국인재 유입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로마인 이야기' 연작 15권을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번성했던 비결의 하나로 '개방성'을 들고 있다. 이 개방성이 바로 글로벌 정신이다.

다행히 계기가 생겼다. 엊그제 첫 출근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면서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