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의 연구비 및 후원금 집행실태를 감사한 결과 황 교수는 전체 집행액의 25%에 달하는 62억원을 임의 사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황 교수는 그동안 정부 연구비 309억원, 민간 후원금 60억원 등 총 369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이중 총 246억원(정부 연구비 186억여원 및 후원금 59억여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200억원이 넘는 연구비와 후원금 가운데 일부를 개인명의의 계좌를 통해 돈을 입출금하는 등 규정을 어겨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금액은 6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전체 집행액 246억원이 아닌 회계서류가 보존된 최근 5년(2001∼2005년)의 집행액 순수 연구비 106억원만을 확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황 교수가 개인적으로 운용한 정부 연구비 및 민간 후원금의 액수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은 황 교수가 개인명의의 계좌를 통해 부당하게 연구비 및 후원금을 관리해온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그 사용내역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려 추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정부 연구비 집행실태 = 황 교수가 정부로부터 그동안 받은 연구비는 총 309억원이다.

정부는 지난 1993년부터 황 교수에게 총 42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하고 지난 1월27일 현재 309억원(시설비 175억원 포함)을 지원했다.

과학기술부가 가장 많은 256억원을 지원했으며, 정보통신부 43억원, 교육인적자원부 6억원, 농림부 4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집행된 지원액의 60%에 해당하는 187억원(시설비 54억원 포함)으로, 아직 집행되지 않은 122억원(시설비 121억원 포함)은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보관중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정부 연구비 가운데 회계서류가 보존된 지난 2001∼2005년 5년간의 집행액 164억, 이중 시설비 등을 제외한 순수 연구비 106억원을 집중 확인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 대상 106억원 가운데 황 교수가 개인적으로 횡령했을 가능성 높은 금액은 10억원 가량이다.

연구보조원들의 인건비나 재료비를 이용한 것이었다.

우선 황 교수는 광우병 내성소 개발 등 4개 연구과제에 참여한 연구보조원 65명의 인건비 일부를 부당하게 사용했다.

통상 `인건비 신청' 있을 경우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은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연구보조원의 개별 계좌에 인건비를 입금시키는 것이 절차인데 반해, 황 교수는 개인적으로 고용한 비서로 하여금 연구보조원 65명 가운데 53명의 통장과 인감을 관리토록 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02년 2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연구보조원 65명의 계좌에 입금된 인건비 8억9천여만원 가운데 연구보조원 53명의 인건비 8억1천여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본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시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황 교수는 인건비, 숙소 임차료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하지만 증빙자료가 없고 개인계좌에는 강의료, 민간후원금 등이 입금돼 있어 실제 사용내역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인건비 말고도 2억원이 넘는 재료비를 본인의 통장에 입금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4월부터 1년간 6차례에 걸쳐 실험용 돼지 494마리와 송아지 2마리의 구입비용을 본인의 통장에 입금시킨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박사과정에 있던 농장주인이 서울대 수의과대학으로부터 돼지 및 송아지 구입 대금을 받으면, 이를 황 교수가 고용한 직원이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농장주인이 직접 황 교수 개인계좌로 입금을 시킨 것이다.

그 액수는 2억300만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재료비의 용처에 대해서도 "인건비 부분과 마찬가지 이유로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규정 어긋난 민간 후원금 집행 = 황 교수는 송아지(영롱이) 복제에 성공한 뒤 민간 기업 등에서 다양한 연구용역이 쇄도하자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연구비 관리규정'과 `연구비 관리.운영지침'에 따르면 연구 협약은 총장 명의로 체결한 뒤 연구비는 서울대 연구처계좌로 받아 집행해야 하고 연구비를 직접 수령할 경우는 총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는 2000년 9월 S기업과 `체세포 핵이식법을 이용한 생명공학 신기술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협약을 개인 명의로 체결하고 연구비 30억원을 자신 등 명의의 계좌로 입금받고도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집행했다.

또한 2004년 2월부터 1년간 D건설회사 등 5개 건설업체로부터 `경부고속철도 공사현장의 소임.진동이 가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비 3억5천100만원을 지급받고도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아울러 2004년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황우석교수 후원회'에서 모금한 후원금을 관리하는 과학재단으로부터 18억8천만원을 자신 명의 계좌로 직접 입금받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교수의 이 같은 적절하지 못한 관리로 인해 이들 자금의 상당 부분이 유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닌 가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박기영, 최종 연구보고서 미제출 = 박기영(朴基榮)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순천대 교수)은 2억5천만원의 연구비를 받고 최종 연구보고서를 제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보좌관은 2001년 12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황 교수로부터 `광우병 유전자 정보분석의 사회적 영향'과 `바이오장기의 윤리적 고찰과 산업적 발전방안' 등 과제를 받고도 연구가 종료된 1년이 지나도록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2004년 1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박 전보좌관은 순천대 동료인 J교수로 책임자 명의를 변경한 뒤 자신은 최종 연구보고서가 제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보좌관은 "청와대로 간 뒤 바빠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으며 당연히 연구보고서가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감사원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황 교수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인건비, 기술정보 활동비, 재료비, 위탁 연구비 등으로 쓰고 남은 2천여만원을 반납했다고 밝혔으나 충실하지 못한 연구과제 이행으로 연구비 사용 자체에 대한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보좌관은 황 교수로부터 받은 연구과제에 대한 부실한 이행과연구비 사용내역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감사의 한계 = 황 교수 연구비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도 불구하고 해소하지 못한 의혹들이 많아 `설익은 감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당초 이번 감사에 나서며 감사원의 독자성과 중립성 등을 강조하며 `감사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으나 감사과정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먼저 황 교수가 받아 쓴 연구비와 후원금 중 상당부분이 개인개좌를 통해 `사적으로' 관리된 사실은 밝혀냈으나 이들 자금이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얼마나 쓰였는 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감사과정에서 민간 후원금 일부를 정치인 후원금으로 제공한 사실이나 신산업전략연구원이 후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주식에 투자한 경위 등에 대해서는 `감사영역 밖'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한 연구비 지출의 경우도 황 교수가 개인 계좌를 통해 관리하며 인건비나 숙소 임차료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증빙자료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한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황 교수의 개인계좌에는 강의료, 민간 후원금 등이 뒤섞여 입금돼 있어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감사원이 검찰과 달리 조사과정에서 계좌추적 등의 사용 범위가 제한돼 있는 점도 한계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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