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재테크 변수들은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 향방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주가가 조정 국면을 보이는 것도 이 자금의 이탈로 보는 시각이 있어 주목된다. 본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는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 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라 하고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또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와 달러-캐리 트레이드로 구별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설(m=rd-(re+e)·m:자금유입 규모,rd:투자대상국 수익률,re:차입국 금리,e: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 대상국의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차입해 투자 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 대상국과 자금 차입국 간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리 트레이드는 반드시 레버리지(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금액 비율) 투자와 결부된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에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레버리지 투자로 자금이 증폭돼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자산 거품이 쉽게 발생하고 투자 대상국의 경제를 어렵게 한다. 반대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탈할 경우 디레버리지(투자원금 회수) 현상까지 겹쳐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신용 경색이 일어나고 투자 대상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펀드(LTCM)가 파산하면서 국제금융 시장에 일대 혼란을 초래한 1998년 8월을 들 수 있다. 우리는 98년 이후부터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당시 '제로' 수준에 가까운 일본 금리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국내 기업들이 엔화 자금을 많이 활용했다. 지금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엔화 차입자금이 상당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이후에는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달러-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 자금의 차입 금리가 국내투자 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대가 지속됐다. 이런 상태에서 달러화 자금을 차입해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한·미 간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에서 똑같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3.75%로 대부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정책 금리보다 높게 인상됐고 달러화 가치도 당초 예상과 달리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금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인플레 압력과 자산 부문에 낀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4.5%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 국면이 지속되는 한 지금과 같은 달러-캐리 자금의 이탈 우려로 주가를 비롯한 국내 재테크 변수들이 흔들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높다. 그런 만큼 재테크 생활자들은 유가 움직임과 이에 따른 미국의 인플레 우려 및 추가 금리인상폭에 대한 논의를 예의 주시하면서 재테크 전략을 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