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변화를 알려면 해외전략회의를 주목하라'

내주 중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리는 동남아 전략회의를 앞두고 삼성 해외 전략회의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이 대내외적 위기 등 중요한 시점에 처할 때마다 해외 현지 전략회의를 통해 핵심 경영전략을 수립,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 이후 본격화, 그동안 10여 차례 열린 해외 전략회의는 경영전반의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며 중.장기 전략의 단계별 업그레이드를 위한 전환점 구실을 해왔다.

지역별로도 미국, 중국, 일본, 서.동유럽에 이어 이번 동남아 전략회의 개최로 중남미 지역을 제외한 전세계 글로벌 시장을 권역별로 한차례 이상씩 거친 셈이어서 `현장 경영'을 통한 체계적 거점 공략의 의미도 갖는다.

이번 베트남 전략회의도 `월드 프리미엄' 전략의 연장선 상에서 동남아 시장내 프리미엄화를 주도,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직 중남미 지역에서는 해외 경영전략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브라질, 중국과 함께 `브릭스'로 꼽히는 러시아, 인도 등도 신흥 시장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차기 삼성의 해외전략회의 개최 장소가 어느 곳으로 `낙점'될 지도 관심거리다.

◆`신경영'→`월드 베스트'→`월드 프리미엄'

해외 전략회의를 통해 본 삼성의 전략적 비전은 90년대 초 `질(質) 중시 신경영'으로 대변되는 뉴밀레니엄 시대 대비에서 2000년 전후 세계 초일류 및 월드 베스트 전략 가시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거쳐 2003년 이후 월드 프리미엄 전략으로 진화해 왔다.

내용면에서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 경쟁력 강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개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95년 2월 미국 LA 전략회의, 4월 중국 전략회의, 10월 영국 런던 `삼성전자(71,100 +1.28%) 세계화 전략회의' 를 거쳐 96년 4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21세기를 위한 사장단 전략 세미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 타파 의지를 통한 `신경영 2기'를 선언, IMF 체제에 대한 본격적 준비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해외 전략회의는 97년 7월 미국 산호세 멀티미디어 사업 강화 전략회의 이후 IMF 체제를 맞아 주춤하다 2000년 오스틴 회의 이후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삼성은 이 회장 주재로 2000년 2월 오스틴 `디지털 전략회의', 11월 일본 `디지 털 제품의 일류화' 전략회의를 잇따라 열고 기술, 제품 등 하드웨어적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초일류 및 월드 베스트 전략의 현실화에 가속도를 냈다.

여기에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기술 각축장에서 `세계 일류가 아니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 깔려 있었다.

삼성은 이듬해인 2001년 1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전자 사장단 전략회의를 열고 중국 사업을 생산기지 차원에서 전략시장 개념으로 전환, 고급화 전략을 통해 2005년안에 톱브랜드가 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2003년 이후에는 `1등 전략'을 한단계 뛰어넘어 브랜드,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경쟁력 강화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아테네 `올림픽 전략회의'에서 일류 브랜드 이미지 확보를 주문했으며 지난해 9월 헝가리에서 열린 전자 사장단 회의에서도 프리미엄화를 위한 감성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는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을 발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핵심 소프트웨어 요소인 디자인 전략 재편을 통해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99년 100위권 밖에서 작년 21위(126억 달러)로 뛰어올랐고 삼성전자 순이익도 93년 1천억원대에서 지난해 10조원대로 70배 가까이 늘었다.

◆베트남 회의로 `동남아 프리미엄화' 가속화 전망

지난 5일 개막한 IOC 정기총회 이후 베트남 호찌민에서 이건희 회장 주재로 열리는 전자 관계사 동남아 전략 회의는 2003년 이후 가속화된 월드 프리미엄 전략의 연결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이 회장을 비롯,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 부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이현봉, 이기태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 김순택 삼성SDI 사장,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번 회의에서 `이머징 마켓'인 동남아 시장 공략 방향을 기존의 중.저가 제품 위주에서 프리미엄군으로 옮겨가는 쪽으로 세부전략을 개편, 미래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이 해외 메이커들의 `러시'와 토종업체들의 공격적 행보로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을 통해 추가 활로를 찾겠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략회의에서 현지 공략 초점을 `생산기지', `전략시장'에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으로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바 있어 동아시아 전략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삼성은 동남아 현지 정서에 맞는 `감성 코드'를 최대한 살리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며 첨단 부문으로의 투자영역 확대, R&D 강화, 현지완결형 체제 구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달말 태국 사업장을 방문, "제품, 기술력은 일정 수준에 와 있는 만큼 브랜드,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 경쟁력 강화로 동남아 시장내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현지형 사회공헌 활동 강화도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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