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타트를 끊었지만 조만간 기업 연구소의 여성 소장이 더 이상 얘깃거리가 되지 않는 시절이 오지 않겠어요?"


최근 동아제약 연구소를 이끄는 사령관으로 승진,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명실상부한 여성 1호 연구소장 기록을 세운 유무희 소장(52).


유 소장은 지난 1982년 동아제약 촉탁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래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신약 개발 분야를 개척해 온 주인공으로 꼽힌다.


그는 무엇보다 오는 9월 동아제약이 판매 예정인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해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DA-8159'(성분명 유데나필)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들어낸 데는 지난 23년간 강심제와 고혈압 치료제만 줄곧 연구해 온 유 소장의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다. 이 치료제는 이미 임상 3상을 마쳤으며 현재 식약청 신약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DA-8159는 발기 지속 시간이 12∼24시간 정도입니다. 외국산으로 현재 시판 중인 화이자의 '비아그라'가 4시간,일라이릴리의 '시알리스'가 36시간 지속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아 적당하다는 얘기지요. 임상시험에서도 환자들이 우려하는 두통,얼굴 화끈거림,색각 이상,소화불량,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는 이 때문에 DA-8159가 외국산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연구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돈만 많이 쓰고 헛수고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잠을 설친 적이 많았어요."


유 소장은 이제 회사가 학수고대하던 신약을 세상에 내놓게 돼 자랑에 앞서 큰 부담을 덜었다고 홀가분해 했다.


그는 "연구에 관한 한 성별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여성 연구원들도 꿈을 갖고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뒤 미국 포드햄대에서 유기합성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서울대 약대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 김득준씨와는 함께 유학을 떠나 학위도 나란히 받은 동료 사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