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지난해 한나라당에 제공한 1백50억원 상당의 대선자금과 관련해 "계열사 돈으로 정치자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주주 대표소송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기업 지배구조는 전적으로 주주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22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내년도 경영계획과 협력업체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최근 삼성을 둘러싼 여러가지 현안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 그는 우선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주대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해 "대표 소송을 받을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회사 돈으로 자금을 조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시민단체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 지배구조도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뒤 "학계나 시민단체와 같은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상당수 계열사들의 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어가 있으며 그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의 이같은 언급은 어떤 경영환경에도 꿋꿋하게 '삼성식 경영'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확대경영 가속화 이 본부장은 올해 실적과 관련,"매출 회계기준이 바뀐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액은 작년의 1백13조원보다 늘어난 1백15조원에 달한다"면서 "세전 순이익은 금융업 때문에 줄었으나 제조업의 성적은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1백20조원의 매출과 14조1천억원의 이익목표(세전 기준)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이익 목표는 올해보다 37% 정도 늘어난 것으로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력 극대화에 치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부문을 포함한 총 투자도 올해보다 16% 가량 늘어난 15조5천억원으로 잡았다. 이 본부장은 "시설 투자는 주로 반도체 LCD PDP 등에 집중되며 특히 화성반도체 공장 증설 허용여부와 관계없이 반도체 투자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인사와 관련해서는 "사장단은 내년 1월 중순,임원들은 구정 연휴 전에 마무리지을 것"이라며 "금융업을 제외한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아 승진 인사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해서는 "연초에 승진했는데 이번에 또 할 수 있겠나"라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