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가 R&D(연구개발) 사업은 단순한 기술개발 수준을 넘어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국제 R&D평가 심포지엄에서 국가 R&D시스템 전문가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한경이 창간 39주년을 기념해 '스트롱 코리아(STRONG KOREA)' 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니컬러스 보노타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국 정부는 국가 혁신시스템의 기반 아래 연구개발 투자를 성과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다"며 "철저한 사전 기획과 수시 모니터링제도를 통해 효율성에 기반한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오자와 분로 일본 경제무역부 부국장은 "일본이 경제적 가치를 따지지 않고 10년 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해 경제성장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대학을 대상으로 창업을 촉진하고 상업화 기술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은 인사말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은 연구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엄정한 연구개발 평가를 통해 한정된 투자재원이 적재적소에 투자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기술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이날 오전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산업기술 정책방향을 비롯 각국의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동향, 선진 평가관리 기법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발표자들은 "국가 R&D예산은 불황 속에서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는 순수 연구개발 투자에서 벗어나 사업화가 되는 기술투자에 전력하고 있다"고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했다. 필립 베이어스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은 "네덜란드는 국가 혁신의 기본을 과학기술 혁신에 두고 있다"며 "올해 국가예산이 1.4%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연구개발 분야는 4.4% 늘어나는 등 과학기술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창화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는 일본에 뒤지는 반면 설비투자는 일본에 앞서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면서 "앞으로 기술개발 전략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및 인력양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서 3백여명의 관련 인사가 참석했다. 특히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거 참석, 선진국들의 R&D정책 흐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아침 일찍 대구에서 올라온 김희술 영남대 교수(경북테크노파크 사업단장)는 "외국에서도 듣기 힘든 내용들을 한국에서 접하게 돼 기쁘다"며 "특히 대학의 혁신과 개혁과 관련한 시오자와 분로 일본 경제무역부 부국장의 발표에 감명받았다"고 설명했다. 양세훈 한독기술협력센터 소장은 "그동안 한국의 국책연구개발 평가사업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운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선진국으로부터 연구개발 평가의 방향을 잡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LG산전 등 대기업의 관계자들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재단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참석자는 외국의 연구개발 평가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