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다시 `명퇴'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에 경기마저 나쁜 탓에 나가려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데다 임단협과 맞물려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하던 은행들이 속앓이만 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반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던 국민은행은 노조의동의를 전제로 올해 안에 고참 간부들을 중심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국민카드와의 합병과 100여 점포 폐쇄 조치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올해 신입 사원 채용을 아예 없애는 대신 작년 말 명예퇴직 규모(470명)를 훨씬 넘어서는 대규모 퇴직을 유도하겠다는게 은행측의 생각이다. 퇴직금은 통상 임금의 20개월치로 책정됐다. 그러나 은행측의 자체 파악 결과 명예퇴직을 신청하려는 사람이 고작 200명 안팎에 불과해 구조조정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중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에서 퇴직 기준과 규모를 정할 방침이어서 명퇴시기는 11월 이후가 될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사 적체 해소 차원에서 다음달 초 고액 연봉을 받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퇴직을 신청하겠다는 사람이 10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1년6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예컨대 1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아 봐야 4%대 이자에 세금을 제하면 고작해야 받는 돈이 한달에 30만원"이라며 "여기에 우리 나라 고용시장은은행 종사자들이 전직할 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못한데 누가 선뜻 나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매각되기 직전인 지난 8월 명예퇴직을 실시했으나 신청자는 겨우 24명에 그쳤다. 신한금융지주로 편입된 조흥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 차원에서명예퇴직을 검토했으나 지원자가 기대 수준에 못미칠 뿐더러 `강성' 노조까지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계획을 잡지 않기로 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명예퇴직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지만 6월 말 파업 사태를풀면서 가급적 고용을 보장한다고 한 노.사.정 합의 사항에 따라 명예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이 명퇴 계획을 취소한 데에는 올해 적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 명퇴에따른 구조조정 비용이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은행은 고참 직원들을 상대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노조의 반대가 심해 실제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산은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