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스타시티입니다." 일요일인 지난 25일 서울 청담동의 스타시티 모델하우스 앞. 정장차림을 한 수십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방문고객들에게 인사말과 함께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다. 스타시티의 청약 대행기관인 우리 조흥 제일 등 3개 은행에서 나온 이들 직원은 서로 자기 은행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껏 목청을 높였다. 은행들이 청약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금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애프터서비스 격으로 이뤄지는 중도금 잔금 등의 '집단대출'을 따내기 위해서다. 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등의 집단대출은 한꺼번에 수천억원의 실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지점장은 "집단대출을 2~3건만 따내면 한해 농사는 다 짓는 셈"이라며 "요즘 지점장들에게 내려진 '제1의 특명'은 집단대출 유치"라고 말했다. 실제 각 은행들은 본점까지 나서 집단대출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2년 전부터 아예 '모바일세일즈팀'이란 집단대출 별동대를 따로 운용하고 있다. 건설회사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쌓은 후 집단대출을 유치하면 이를 각 지점에 넘겨주는게 임무다. 6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작년에만 약 2조5천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 서재욱 팀장이 말하는 노하우는 '건설사 총각직원과 국민은행 처녀직원 짝지어주기.' 서 팀장은 "정략결혼(?)의 의심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호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때로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긴장과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지난 9일 우리은행 봉은사로지점에서는 박성기 지점장을 비롯한 직원 14명이 초조하게 휴대폰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오후 8시30분 드디어 영동차관아파트의 조합사무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축하한다. 대출계약하겠다." 은행 직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 지점은 영동차관아파트의 집단 이주비 대출로 단번에 4천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리게 됐다. 박 지점장은 "이번 대출을 따내기 위해 직원들이 절에 다니면서 불공까지 드렸다"면서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홈을 밟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대출을 유치하러 갔다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고 수모를 겪던 일, 금리제안서를 들고 비 맞으며 수백m를 뛰었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기뻐했다. 한편 이처럼 집단대출 유치경쟁이 가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사전 로비활동'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모 시중은행 지점장은 "신문 등을 통해 아파트 분양계획 등을 점검한 후 4~5개월 전부터 분양사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해야만 집단대출을 따낼 수 있다"며 "때문에 집단대출 영업은 거의 정보전 수준에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