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사이엔 '사오정'이란 말이 유행이다. 45세면 정년퇴직이란 얘기다. '오륙도'란 말도 있다. 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란 뜻이다. 모두 최근의 조기 퇴직 풍조를 자조하는 말들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20대에 하늘의 별을 따듯 직장을 구했더라도 30대부턴 구조조정에 떨고, 40대엔 조기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초저금리 때문에 50대 이후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로 재테크에 임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인 시절이다. 세상이 변한 만큼 인생의 재테크 포트폴리오도 이젠 다시 짜야 한다. 무엇보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처지를 감안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세대별로 목표와 전략이 달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재산형성에 중점을 둘지, 여유자산 운용에 초점을 맞출지부터 분명히 하고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게 바람직하다. 세대별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초저금리 시대 재테크 전략'을 소개한다. ◆ 20대엔 종잣돈 마련이 우선 두 가지 목표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 향후 본격적인 재테크를 위한 종잣돈 마련과 내집 만들기다. 이를 위해선 소득의 절반은 저축한다는 철칙을 세워야 한다. 이때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에 들지 않고,주택 마련을 위한 채비를 해 놓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첫 월급부터 눈 딱 감고 세금우대저축과 주택청약부금 등에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현재 금융상품 중 결혼자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선 세금우대저축이나 신협 조합예금, 내집마련엔 주택청약부금이 가장 적합하다. 작년 말까지는 연봉 3천만원 이하 월급 생활자들에겐 세금을 한푼도 떼지 않는 근로자우대저축이 있었지만 없어졌다. 때문에 이젠 1인당 4천만원까지 10.5%의 저율로 과세(원래는 16.5%)하는 세금우대저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나중에 아파트 청약을 위해선 주택청약부금을 잘 활용하면 좋다. 한 번에 2백만∼1천5백만원을 예치해야 하는 청약예금과 달리 매달 5만∼50만원씩 여윳돈을 형편에 맞게 불입하는 청약부금은 목돈이 없는 사회 초년병들에게 알맞은 상품이다. 분기(3개월)당 3백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는 장기주택마련 저축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 30대부턴 노후대비를 자녀 학자금과 노후자금을 슬슬 준비해야 할 시기다. 결혼도 했고,자녀도 생겼다면 이 두 가지 준비는 빨리하면 할 수록 유리하다. 교육비 마련을 위해선 장학적금, 노후 대비엔 개인연금신탁에 가입하는 걸 고려해 볼 만하다. 장학적금은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입할 수 있는데 이자소득에 대해 10%(원래는 16.5%)의 세금만 떼는 절세형이다. 개인연금신탁은 최소한 10년을 부은 뒤 55세 이후에 5년 이상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상품이다. 매월 1만원 이상 1백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만약 개인연금에 가입한다면 서두르는게 좋다. 개인연금을 만 26세부터 30년간 매월 10만원씩 넣은 뒤 56세부터 20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매월 1백60여만원씩(연 9.0% 수익 전제) 받게 된다. 하지만 10년 늦은 36세부터 매월 10만원씩 20년간 가입한 후 56세부터 20년간 받으면 매월 60여만원밖에 못 받는다. 30대엔 종신보험 가입도 해야 할 시기다. ◆ 40∼50대 목돈 굴리기 이때부턴 그동안 모인 목돈을 본격적으로 굴려야 할 시기다. 또 확실한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저축 등의 불입액을 늘리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목돈 굴리기는 일단 재산의 60∼70% 정도를 안전한 예금에 넣어두고 나머지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분산 투자하는 걸 고려하자.물론 분산 투자 비율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여윳돈 전부를 한 곳에 몰아 투자하지 말고 분산해 투자하라는 것이다. 예금은 가족 명의로 나눠 세금우대저축에 최대한 가입하는게 좋다. 저금리 시대엔 세금을 아끼는 게 최대의 재테크 방법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직접투자보다는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로 안전하게, 부동산 투자는 세금 등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게 투자하는게 바람직하다. 자칫 욕심을 냈다가 목돈을 잃으면 복구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안전 위주로 운용해야 한다. ◆ 60대엔 다 쓰고 가라 60대 이후엔 돈을 최대한 안전하게 굴리면서 고령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는게 중요하다. 그 중 하나가 비과세생계형저축이다. 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고 세금이 전혀 없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수축협 등에서 파는 정기예탁금도 농특세 1.5%만 부담하면 된다. 또 일시납 즉시 연금보험은 50세 이상의 정년.명예 퇴직자 등이 퇴직금을 굴리기에 알맞은 상품이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명심해야 할 건 이자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은행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대 초반까지 떨어져 1억원을 맡길 때 월 30만원도 못받다.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지 않는 한 결국 원금의 일부를 쪼개 쓸 각오를 해야 한다. 한 재테크 전문가는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선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다 쓰고 간다는 생각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