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0월 놀라운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14세기 고려불화인 '수월관음도'가 1백76만달러(약13억2천만원)에 팔렸다는 것이었다. 연이어 94년 4월엔 크리스티경매에서 '청화백자접시'가 3백8만달러(약24억원),96년 11월엔 '백자철화용문항아리'가 7백65만달러(약 63억4천9백50만원)에 낙찰됐다. 값이 비싸지면 노리는 사람도 많은 법.90년대후반부터 각종 문화재 도난사건이 급증했다. 급기야 2000년 9월엔 정부가 '문화재 도둑과의 전쟁'을 선포했고,2001년 4월엔 전국 사찰을 돌며 1천여점의 유물을 훔친 대규모 문화재 밀매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일부 고미술상들이 장물을 사들여 일본으로 밀반출한 다음 재구입한 것처럼 문화재 세탁을 시도한 것이 밝혀지면서 문화재 사범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없애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각종 조치에도 줄지 않던 문화재 도둑이 마침내 사찰도 서원도 아닌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국보 247호인 '공주의당금동관음보살입상'을 비롯한 문화재 4점을 털어갔다는 소식이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강탈당했다는 건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한다. 안이한 관리와 보안불감증도 문제지만 그보다 우리의 박물관및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것같기 때문이다. 공주박물관의 경우 경주 부여에 이어 국내 세번째로 만들어진 지방박물관이자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유물이 전시된 곳인데도 관장까지 겨우 12명 직원에 폐쇄회로 TV(CCTV)조차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도난방지센서도 없었다는 건 어이없고 기막히다. 국보조차 훔쳐 팔 수 있다고 믿는다는 데 이르면 등골이 오싹하다. 문화재 사건의 공소시효는 없다지만 일단 사라지면 찾기 어렵다. 해외로 반출되면 더더욱 그렇다. 86년부터 15년간 도난당한 사찰문화재 4백50여점중 되찾은건 20여점뿐이다. 차제에 박물관 경비를 강화하고 해외 유출을 막도록 힘써야겠지만 무엇보다 박물관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