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 사태는 정부의 안일한 위기대응시스템으로 인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상황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교섭태도, 주먹구구식 협상시스템 등 총체적 부실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번 사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은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화를 냈을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의 한 간부는 "지난 1년동안 파업을 경고해 왔고 운송하역노조 지도부들이 4월부터 국무총리, 건설교통 국장 등을 만나 물류체제 개선을 촉구했으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정부 협상을 맞고 있는 운송하역노조 정호희 사무처장은 "정부는 파업이 일어나기까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민원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며 "정부의 사태파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연대의 또다른 한 간부는 "부산과 광양 등 컨테이너 항만의 운송료와 대정부 협상이 남아있는데도 포항 협상 타결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정부가) 착각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의 종합상황 판단능력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선박회사의 관계자도 "당국이 부산항 등 전국물류망이 마비돼 가는데도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항만이 마비되고 나서야 뒤늦게 나서는 등 늑장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협상시스템은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물류 비상사태가 발생했으면 마땅히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하는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어디 어디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협상 진행 상황은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건교부 수송정책실장이 단장을 맡고 있긴 하나 실무협상팀은 결정권한이 없는 건교부 등 4개 부처의 실무과장들로 짜여져 있어 화물연대와의 협상에 난맥상을 보였다. 화물연대 한 간부는 "정부 담당자들과 협상을 했으나 실제 권한이 없어 협의가 더딘데다 결재받는데 시간이 걸려 교섭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10일 운송하역노조와 전화연락을 통해 부서 실국장으로 협상창구를 격상시켜 오는 13일 협상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정부와 지역간 비상체제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항만파업 사태가 발생했지만 운송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건교부는 부산에 산하단체가 없다는 이유로, 부산항만을 관할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부두내만 담당하고 있다며 일을 미루고 있다. 부산시도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진 지난 10일에 겨우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으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물류 파업이 전국을 뒤흔드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나 다름없다"며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