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비사막에 밤이 내리면 고요한 도시는 잠을 깬다. 라스베이거스.밤을 맞은 이 도시는 암흑의 사막에 떠있는 거대한 보석이다. 네온사인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라스베이거스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장식된다. 호텔과 카지노 객장엔 도박사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각종 쇼와 도박으로 유명한 이 도시의 진면목은 엄청난 경제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전시·컨벤션 산업에 있다. 미국 네바다주 클라크 카운티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에는 COMDEX(컴퓨터 및 정보기술) CES(전자·가전) MAGIC(패션의류) NAB(방송·위성) 등 세계적인 대형 전시회와 비즈니스 회의,세미나,신제품 발표회가 연간 3천5백∼4천개 정도 개최된다. '트레이드쇼위크'잡지가 선정한 미국내 상위 2백여개 컨벤션 행사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유치된다. 지난해 컨벤션 참석 방문객 수는 3천5백10만명,비오락적(non-gaming) 수입만도 연간 59억달러에 이른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곳의 컨벤션 산업이 9·11테러 이후 급격히 위축된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골 방문객을 끌어들여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불러일으킨다. 대형 회의를 위한 충분한 인프라와 다양한 숙박시설,식당,카지노,공연 및 각종 볼거리는 비즈니스와 관광,엔터테인먼트의 이상적인 결합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시가 전시·컨벤션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50년대 초부터다. 55년 민·관 합동기구인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을 설립하고 59년 대표적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개장했다. 재정은 이 지역의 호텔과 모텔에 부과되는 세금인 룸택스(room tax)로 충당해 거주민이 아닌 관광객들이 지불토록 했다. 이후 관광청은 매년 1억8천4백만달러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며 유치활동과 홍보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대형 컨벤션센터로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캐시맨센터,콕스 파빌리온,핸드슨 컨벤션센터 외에도 호텔별로 자체 운영하는 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이중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라스베이거스 계곡 한가운데 위치한 미국 내에서 가장 넓은 첨단 전시장이다. 개장 이후 수차례에 걸친 확장공사를 통해 총 3천4백90만㎡ 규모의 센터로 변모했다. 총 전시공간은 2천1백82만㎡에 이르며 7천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1백70여개의 회의실은 4백13만㎡ 규모다. 59년 개장 당시 전시횟수 8회,방문객 수 2만2천5백19명은 현재 53배 이상 성장했다. 전시장 가동률은 90%를 넘으며 2009년까지 주요 전시들이 이미 예약돼 있다. 전시회 및 사업차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행사기간에 밤이면 대형 카지노가 밀집한 '스트립'거리를 거닐며 각종 쇼를 즐긴다. 트레저아일랜드호텔의 해적쇼나 장엄한 화산 분출이 연출되는 미라지호텔의 공연,벨라지오호텔의 분수쇼는 익히 알려진 명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멘델레이베이호텔과 시저스팰리스 콜로세움,MGM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뮤지컬 및 콘서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기구,쇼핑센터,풍성한 뷔페 등은 또 다른 흥미거리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컨벤션 시설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되기보다 고용창출 세수확대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며 "이에 따라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사업은 주정부의 적극적 후원 속에 서비스의 질적 제고와 부대시설 확충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