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순.송년회 분위기가 무르익던 때다.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산동네에서는 때아닌 인간띠가 만들어졌다. 인간띠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였다. 연탄과 생필품을 산비탈지역으로 올려보내기 위해서다. 이날 1천2백장의 연탄과 1백50만원 어치의 치약, 비누, 식용유 등 생필품을 나른 이들은 CJ인사팀원 20명.송년회를 위해 준비했던 회식비는 물품구입비로 모두 쓰였다. CJ 조성형 인사팀장은 "술로 무의미하게 허비할뻔했던 송년회를 뜻깊게 보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CJ그룹내에서는 송년회를 봉사활동으로 대체하겠다는 제안이 줄을 이었다. 홍보실은 "독거노인에게 불고기를 전달하겠다"고 했고,제약개발팀은 "결식아동과 성탄케익을 만들며 송년회를 갖겠다"고 신청했다. CJ의 사회공헌활동은 이처럼 일상화 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봉사활동은 정규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정도다. 공동선을 실현하려는 기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봉사의 규모도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27개 상시 프로그램과 10개 단기 프로그램을 통해 연인원 4천2백명의 임직원들이 총1만2천1백50시간에 걸쳐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실질적인 봉사"도 CJ의 모토다. 학습지도, 정서지도 등 봉사 대상자에 꼭 필요한 서비스는 1대1이 원칙이다. 그만큼 실질적이면서도,상호 교감할 수 있는 봉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참여하는 분야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서울 용두 희망학교"에서 CJ임직원들은 결식아동을 위해 영어,수학,컴퓨터,미술,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변신하고,이천 CJ 사랑나눔터에서는 주방장으로,또는 배식원으로 일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봉사활동에는 임직원의 구분이 없다. CJ 임원 70여 명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이들은 서울 신당복지관 도시락 배달봉사에서부터 자비의 집 배식 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식품,생활용품으로 다져진 기업답게 CJ는 푸드뱅크 사업에도 주도적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억원어치의 물품을 기부했으며,모두 1백65만명에게 도움을 나눠줬다. CJ의 사회공헌활동은 특히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한다. 재난구조단은 가장 먼저 달려가고,또 가장 늦게 현장에 남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해지역 무료급식단 활동은 각계각층의 봉사단에서도 화제가 될만큼 조직적이다. 급식단원은 지난해 여름 이들은 강원도 태풍피해 지역을 일일이 돌며 배식을 했다. 20~50명 단위로 흩어져 있는 수해민에게 불편을 주지않기위해 식기수거까지 도맡았다. 일사불란한 활약은 CJ와 CJ푸드시스템, CGV의 삼각공조로 얻어낸 성과다. 나라밖도 예외가 아니다. UN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상록수부대를 통해 동티모르난민들에게 치약 비누 샴푸 식용유 등 생활용품을 지원하는가 하면,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 신문인 "연변일보"에 지난 93년부터 한글문학상 운영경비 일체를 지원해오고 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