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깊은 곤경에 처해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도박을 시작했다. 그것도 주위의 기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다. 목적은 두가지다. 하나는 핵개발 야심을 가진 모든 국가들이 그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체제에서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려는 유럽국가들의 기도를 좌절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시의 이같은 야망이 실패했다. 북한과 이란은 자신들의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프랑스 독일 등도 미국의 행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는 이라크전쟁을 시작했다. 결과는 두가지 정도가 있을수 있다. 하나는 부시가 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미 국방부는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공언하지만 이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라크 지도부의 항전 의지와 이라크국민들 내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그리고 쿠르드반군들의 소극적 협조 등은 미국의 단기전 구상에 큰 차질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신속하게 승리한다고 가정해 보자.이 경우에도 부시는 기껏해야 본전이다. 전쟁 이후에도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내에는 대단히 복합적 이해관계들이 조정되지 않은 채 얽혀있다. 따라서 미국이 전후 이라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할 경우 장기간 군대주둔이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을 고려 할때 이라크에 장기간 군대를 주둔시키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 다른 문제들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전후 팔레스타인의 국가건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신의 강경노선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아랍과 이스라엘간의 분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 이란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으며,오히려 중동지역에서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북한도 군사도발을 기도해 남한과 미국간의 외교마찰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전쟁이 만약 장기화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미국에게 "지정학적 재앙(geopolitical disaster)"이 될 것이다. 온갖 악귀들이 뛰쳐나올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은 기껏해야 이탈리아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라크의 저항은 사담 후세인을 영웅으로 만들 것이다. 또 이란과 터키는 쿠르드 자치지구에 군대를 보내 서로 싸우게 될 것이다. 중동 다른 지역에서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되고,나아가 남부 레바논을 점령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어떻게 될까. 영국 노동당은 강한 반대여론에 부닥칠 것이며 당은 쪼개질수도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선거를 실시하라는 압력에 시달릴 것이며,결국 선거를 하게 된다면 참패할 것이다. 스페인의 상황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상황들이 현실화 되면 2004년 초 부시 정권은 어떻게 될까?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높아지며 결국 민주당에 대선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나아가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는 결정적으로 흔들릴 게 분명하다. 훗날 역사가들은 미국이 9.11테러 이후 이길 가능성이 그토록 희박한 도박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기술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매뉴얼 월러스틴 뉴욕주립대 교수가 인터넷 사이트 ZNET에 기고한 "Bush Bets It All"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