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미리 세워둔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직원 대피, 사업장 보호, 경영대책 등의 시행에 본격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미 비상대책반 등을 가동하며 중동지역의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키는 한편 직원들의 대피로와 대피지역 등을 확보해 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라크전의 전황추이에 따른 유가, 환율, 교역 등 경제변수의 변화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도 마련, 경영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직원.가족 안전확보 = 기업들은 전쟁인근 지역 주재원 및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미리 확보한 항공편 등을 통해 이들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고 있다. 미리 주재원 가족들을 귀국시키고 있는 삼성은 전쟁이 나면 직원들을 유럽지역이나 중동내 안전지역으로 대피시킨다는 방침아래 항공권을 미리 확보해 뒀다. 중동지역에 주재원만 30여명을 두고 있는 삼성은 전쟁이 예상외로 확산되면 직원들을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중동지역 곳곳에서 건설현장을 운용하고 있는 건설사들도 직원 대피와 함께 사업장보호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라크 바그다드지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지난달 중순 요르단으로 철수시켰으며, 쿠웨이트에 거주해온 한국인 직원 가족 55명도 작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최근 귀국을 완료시켰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에 남아있는 한국인 83명과 외국인 직원 등은 전쟁전개에 따라 철수 시점을 결정키로 하고 이미 철수에 필요한 차량 및 비상식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LG건설은 중동지역을 이라크와의 인접 정도에 따라 ▲1급(쿠웨이트) ▲2급(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3급(이란) ▲4급(터키) 등 4개 관리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대피 계획을 마련했다. 대림건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쿠웨이트 현장관리를 위해 정직원 6명만 남기고 전원을 철수시켰다. 대림산업 쿠웨이트 현장에는 정직원 7명, 가족 4명, 제3국인 15명 등 26명이 있었으나 현재는 정직원 6명만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비행기가 이라크 인근 상공을 지나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주 2회 운항중인 인천-두바이-카이로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라크 국경에서 6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양 석유생산 설비공사의 투입인원 대피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전쟁이 발발하면 작업장이 고립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오는 20일 1차 공사분이 끝나면 일단 철수시킬 예정이며 그전에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인 50명과 현지고용 인력 등 총 500명과 장비를 아랍에미리트로 대피시킨다는 방침이다. ◆기업 비상경영 = 전쟁 불안감이 세계경제를 짓누르면서 기업들의 경영에도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이미 유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기업들은 일단 에너지 비용절감 등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아직은 투자계획이나 사업계획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전쟁으로 유가뿐 아니라 환율이나 세계경제가 크게 요동칠 경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라크전 예상 시나리오를 단기전(1개월 전후), 중기전(2~3개월), 장기전(4~6개월)으로 구분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했으며 특히 비용절감, 전략적 투자와 함께 경상투자 유보 등의 보수적 경영방침을 유지하면서 전쟁의 전개방향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유가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이라크전이 시작되면 수요부진 노선에 대한 운항횟수 감편 또는 운항중단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직원 연월차 휴가100% 실시, 불요불급한 출장억제, 경제성이 높은 항로 활용 등을 통해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라크전 개전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이달말까지 한시적으로 소모성 경비절감과 비계획 신규투자 제한을 골자로 하는 위기관리 계획을 시행중이다. 그룹오너인 최태원 회장 구속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등에 따른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는 SK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 일단 안정적인 원유공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K는 전쟁 발발에 대비해 현재 65% 수준인 원유 장기계약물량의 안정적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중동에서의 수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아프리카와 북해, 남미, 아시아 지역 등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해 대체원유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동을 비롯한 위험지역에 대한 수출물량 배정을 가급적 줄이는 대신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기로 했다. 또 이라크전이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검토해 내수판매 부진을 극복하고 에너지 절감책을 비롯해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비절감 방안을 전쟁이 발발하면 보다 강도를 높여 불요불급한 경비를 모두 줄이는 등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R&D, 설비투자를 중단하고 단계별 감산에 들어가며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 유동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중동 9개지역에서 공사를 진행중인 LG건설은 전쟁 등에 따른 계약파기나 지연에 대비, 수출입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방지하고 공사 실수행분에 따라 대금을 정산받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와함께 전쟁에 따른 해상 자재운송 장애나 환리스크, 인원송출 제한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대책도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