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수명은 한계가 있지만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영원할 수 있습니다.보령그룹이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회사로 존속할 수 있는 토대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남은 인생을 쏟아붓겠습니다." 김승호 회장은 손님이 찾아오면 서울 종로구 원남동 보령빌딩 18층 사무실밖 베란다로 데리고 가곤 한다. 이 곳에서는 창경궁과 종묘,비원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보인다. 김 회장은 "흐를듯이 이어지는 기와의 선과 돌담 등 아름다운 라인을 보면 시·공간의 흐름에 혼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결국 썩고 말듯이 시대를 이끌어 나가려면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지난 99년 10월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보령그룹의 21세기 비전으로 'NEO21'을 제시했다. '새롭게(Newly),빠르게(Early),으뜸으로(Only)'라는 의미의 'NEO'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고 누구보다 앞서가며 해당분야에서 최고가 되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NEO21'은 기술 관리 생산 기업문화등 4개 부문의 혁신전략으로 구체화됐다. 연구개발(R&D)에서는 연구팀별 벤처 개념을 도입했다. 20여억원을 투자해 지식경영정보시스템인 'DIGEX'를 개발,회계 영업 구매 생산 물류 인사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업무처리흐름을 디지털화시켰다. 또 '불량 품절 클레임을 줄인다'는 '3·0 운동'을 전개하고 시장 위주의 생산계획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혁신전략은 경영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판매계획 적중률이 65%에서 85%로 올라갔고 생산현장의 생산성이 12% 가량 높아졌다. 'NEO21'은 외부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기업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 회장은 "보건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85년),프랑스정부 은장(86년)등을 받았지만 이 훈장이 가장 값지다"며 "기업경영에서 생산성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령빌딩 1층 현관로비에 들어서면 'NEO21 타임캡슐'이 눈에 띈다. 'NEO21비전'선포식에서 김 회장과 각 계열사 사장들은 이 캡슐에 그룹비전과 각사별 경영목표가 담긴 CD와 디스켓을 넣었다. 타임캡슐은 2005년 1월1일 개봉돼 약 5년간의 경영성과가 목표에 비해 얼마나 이뤄졌는지 확인하게 된다. 김 회장은 "캡슐에는 21세기를 향한 보령의 꿈과 희망,나자신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며 "60년대말 새벽마다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보령약국의 셔터문을 올렸듯이 어떤 신입사원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캡슐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