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이 내부적립금 4천억원을 증시에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투자자와 증권사는 물론 감독당국까지 적지않은 불만과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장을 감시하고 자율규제해야 하는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등이 자신의 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금융감독원 모국장)는 지적도 나오는가 하면 "증시침체로 증권사 경영이 어려운데 유관기관이 걷는 적립금 비율을 먼저 낮춰야 한다"(A증권 B기획부장)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증권예탁원 등 유관기관이 앞장서 증시를 살리겠다는 의지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겠다는 투자자금이 그동안 주식을 사고판 투자자와 증권사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수료를 너무 비싸게 매겨 증시체력을 약화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증권 유관기관이 너무 많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에 대응,이번 결정이 나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유관기관이 많다는 점이 지적됐을 때부터 적립금 활용방안을 검토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는25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일종의 '충성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거지고 있다. 증권 유관기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증권거래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별도법인이 맡는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당국의 '자리만들기'정책의 산물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문제는 이같이 유관기관들이 많아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줄이거나 유사 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관련기관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적립금의 증시투입 방침이 유관기관 구조조정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내부적립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기에 앞서 수수료율 인하나 통폐합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유관기관들 본연의 자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명수 증권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