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계의 흑진주 윌리엄스 자매가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ㆍ복식을 휩쓸었다는 소식이다. 로스앤젤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난 이들이 전통적인 백인 스포츠였던 테니스계를 제패한 데는 주위의 냉소에 아랑곳없이 5살도 안된 어린 딸들에게 라켓을 주고 동네 담벽을 치게 한 아버지 리처드의 집념과 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성공한 여성 뒤엔 이처럼 딸을 믿고 강하게 키운 아버지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아버지 앨프리드 로버츠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런던 북쪽 소도시 그랜덤의 식료품상이던 앨프리드는 일찍부터 마거릿에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게 했는가 하면 마을에 유명 연사가 오면 대신 보내서 듣고 요점을 말하도록 시켰다. 그는 또 딸을 댄스파티 등에 보내지 않았는데 이유는 '따돌림이 두려워 무작정 남들을 따라가면 안된다. 할 일은 스스로 결정하고 결단은 혼자 내리는 것이므로 괜스레 친구들 흉내를 낼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대처는 이때부터 주위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얘기했다. 그는 스스로도 일하기 싫다든가 어렵다든가 하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고 딸에게도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도록 가르쳤다. 여학교 졸업 당시 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딸이 옥스퍼드대 진학을 결정하자 그는 입학에 필요한 라틴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인교사를 붙여줬다. 토크쇼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는 아버지로부터 "세상엔 일을 일으키는 사람, 그저 바라보는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일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배우겸 가수인 마돈나 역시 "마음도 몸도 항상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자기 삶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한 딸,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어려서 아버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믿음, 도전정신 및 그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딸에게 주는 삶의 지침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