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h@hitel.net 'Surgery is knowledge and art.' 외과 교과서 첫머리에 적힌 글로,외과의사는 지식이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기술도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모르면 기술을 부릴 수 없고 알아도 기술이 없으면 실패하기 쉬우니 참으로 적합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고대 함무라비법전에 의하면 당시 바빌론에서는 외과의사가 수술을 하다 환자가 죽으면 그 외과의사의 오른손을 잘랐다고 기록돼 있다. 해부학이나 질병에 대한 지식이 없었을 때이니 그 당시 의사의 마음은 얼마나 절박했을까. 그 후로 의료지식이 괄목하게 발전,죽을 운명에 놓인 많은 환자를 수술로써 살리게 되었으니 이 지식과 기술은 상호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하겠다. 흔한 농담으로 외과의사의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즉 수술이 금방 끝난다는 것과 아프지 않다는 것,그리고 출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수술실에 들어가면 예정시간보다 훨씬 지나서야 나오기 일쑤고,출혈이 별로 없다더니 수혈하느라 법석을 떨고,수술후 통증에 잠 못이루기 일쑤니 경험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과연 그렇다고 무릎을 칠 것이다. 필자도 부친의 병으로 보호자가 된 적이 있었다. 대상포진을 앓으신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생겨 괴로워하시다 급기야 척추신경차단 수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 집도의 말씀이 비교적 간단하니 금방 끝난다고 해 그리 알고 기다렸는데,웬걸 10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설명 없이 기다리게 하더니 수술실에서 나오는데 수혈백을 두 개나 달고 있고…,그것도 모자라 밤중에 하지가 마비돼 응급재수술하고…,참으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필자 역시 수술을 하고 있는 외과의사로서 수술 중 돌발상황을 수없이 경험하고 나니 그때의 상황을 십분 이해하는 마음이 되었지만,상황의 변화를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일을 거울삼아 필자는 수술이 예상 외로 길어질 때엔 꼭 사람을 시켜 보호자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안심시켜 드린다. 그래서인지 수술을 마치고 나올 때 수고했다는 보호자의 인사가 더 정겹게 여겨지기도 한다. 오늘날 3D업종으로 치부되는 외과 진료실을 꾸준히 지키며 다시 한번 교과서 머리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외과는 지식과 기술이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