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h@hitel.net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 당시 아주 유명했던 내과 교수님이 정년퇴임하시며,평생 자신의 오진율이 10% 이상이었다고 하셔서 온 국민이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분의 말씀 한마디가 바로 가슴에 양약으로 작용했는데 오진이라니 하는 심정으로 모두들 놀랐던 것이다. 대체로 여러 가능한 질병 중 가장 의심가는 질병을 추적진단에 넣고 여타 유사한 질병을 배제진단군에 포함해 그에 맞는 각종 검사를 시행,최종진단이 나오는데 교수님은 추적진단이 최종진단과 다를 때 오진이라 겸손하게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외과의사의 경우는 어떨까. 정확한 진단아래 수술을 결정해야 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생명이 좌우될 수도 있음을 고려할 때 오진이라니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닐까. 대부분의 경우 첨단 진단기기의 발달로 수술전 충분한 진단 및 병의 진행정도를 알고 수술이 이뤄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어 왕왕 환자와 마찰이 생기곤 한다. 그 대표적 예로 급성충수염(속칭 맹장염)의 경우가 있다. 필자도 여자아이를 모호한 가운데 수술했는데 수술 후 장간막 임파선염으로 판명되었다고 하니 아이 엄마가 불필요한 수술로 상처가 생겼다고 다소 심하게 항의했다. 결국 교과서에 적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됐다. 즉 충수염은 점점 진행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 극한 염증 혹은 천공성 복막염으로 진행돼 진단은 확실해지나 수술 후 합병증의 빈도가 높아 치유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어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여건들을 감안해 외과의사의 진단 정확도를 85% 수준으로 함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하니 다소 수긍하는 편이었으나 왜 자기 아이가 하필 그 15%에 속해야 하는지 영 떨떠름한 표정이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정확히 1백% 진단 하에 수술함이 이상적이라 하겠으나 병의 경과는 개인차가 많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15%의 합리적(?) 권장 오진율이 합리적으로 잘 지켜질 것은 바로 필자와 같은 외과의사의 의무이겠으나,당사자인 환자는 '과연 하나님 외 누가 알까?'하는 의구심을 버리기 힘드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