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8일 "특정재벌이나 기업을 겨냥한 재벌정책은 없으며 재벌개혁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점진적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재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주타깃설'에 휘말렸던 삼성은 이날 발표 직후 "인수위가 문제를 명백하게 해줘 국내외 신용에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인수위측이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출자총액제한제 유지 등의 공약사항을 충실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다 인수위측의 재벌개혁 의지도 변함이 없어 재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숨돌린 재계 재계는 이날 인수위가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재벌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대선 이후 나타났던 재벌정책을 둘러싼 오해와 대립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당선자가 '시장친화적인 방식'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적잖은 기대도 보이고 있다. 최소한 현정부 출범초기의 빅딜과 같은 급진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인수위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기업들이 지나친 불안감을 떨치고 생산성 향상과 수출증진 등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돼 환영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그동안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재벌개혁 안이 전방위적으로 터져나옴에 따라 당혹해 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으나 인수위측이 재벌개혁에 신중한 접근태도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합리적인 논의와 정책수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 관계자는 "인수위 발표로 삼성에 대한 오해가 사라졌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인수위의 기업정책에 협력해야 할 일이 있으면 협력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기업활동에 전념하겠다"며 인수위의 발표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긴장 분위기는 여전 그러나 재계는 인수위측의 재벌개혁 의지가 확고한 만큼 강도높은 개혁조치는 계속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되풀이 됐던 인기영합적인 기업 두들기기 등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인수위뿐 아니라 재정경제부 등에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출자총액제한 강화,사외이사 확대 등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차기정부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가운데 앞으로의 재벌정책 추진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G SK 두산 한화 등의 관계자들은 인수위의 발표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나와야 차기정부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재벌정책의 윤곽이 잡혀야 재계차원에서도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비공식 창구를 통해 인수위 등에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외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