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밥'보다 내일의 '씨'를 더 중시하는 이념과 사풍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무명의 샐러리맨 연구원 다나카 고이치(43)를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배출,일약 세계적 기업으로 주목받은 시마즈제작소의 야지마 히데토시 사장(67)은 수상소식 발표 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며 "앞으로 연구,기술 최우선주의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야지마 사장은 "우리 회사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고 예상은 못했지만 창업(1875년)부터 '독창적 기술개발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을 이념으로 삼은 시마즈의 정신과 유전자가 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나카 부장(수상 발표 후 주임에서 부장급 펠로우로 승진)의 수상식에 참석하고 귀국한 직후 교토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기업체 연구원을 수상자로 선정해 준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뒤 "성과를 어떻게 살려갈지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됐지만 시마즈제작소는 일본 국민들이라면 한두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전형적인 '스트롱 컴퍼니'였다. 자본금 1백68억엔에 종업원 약 3천2백명으로 덩치는 중견기업 크기에 불과해도 의료기기와 계측,분석기 등 정밀기기 사업에서만큼은 일본 최고의 명성을 누려온 터였다. 소형 축전지와 X선 촬영장치,전자현미경,카스크로마토그라피 등 이 회사가 일본 제1호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발명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이테크 기업의 거점으로 꼽히는 교토에서도 시마즈제작소는 '첨단기업 인큐베이터'란 찬사를 듣고 있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다나카 부장의 이름을 딴 연구소 설립 작업도 곧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야지마 사장은 회사가 최근 2년간 적자를 낸데 대해 주위의 우려도 적지 않지만 이는 종업원의 희망퇴직과 재고조정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손실일 뿐이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율은 8%로 일본 제조업 평균 5%를 훨씬 웃돈다고 강조했다. "노벨상의 유·무형 효과를 어떻게 단순히 숫자로 환산할 수 있습니까? 일부 매스컴에서 매출이 3억엔 늘어났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어처구니없는 지적일 뿐입니다." 그는 노벨상의 권위와 신뢰에 비춰 볼 때 다나카 부장의 공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회사에 안겨준 것이라며 일본 언론의 근시안적 계산법을 은근히 꼬집었다. 게이오대 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YS11 여객기를 만들던 일본항공기제조에서 18년간 일한 후 친지의 권유로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했다. 98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으며 시마즈제작소 직원들의 가슴에는 창업자이자 메이지유신시대 일본 최고의 발명가인 시마즈 겐조의 정신이 살아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교토=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