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으로 은행업계에서는 큰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두 명의 금융인이 며칠 간격으로 자리를 떠나게 된다. 14일로 퇴임일을 하루 남긴 류시열 은행연합회장(64)과 다음달 하나.서울은행합병을 앞두고 지난 1일 물러난 강정원 서울은행장(52)이 그 주인공. 류시열 회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 기자실을 찾아 40여년 금융계 생활의 희로애락을 털어놓았다. 지난 61년 한국은행에 입행, 금융계에 발을 들였다가 한은 부총재를 거쳐 제일은행 행장을 지낸 뒤 은행연합회장으로 재직한 류 회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제일은행 시절을 꼽았다. 한보.우성건설 등 대형사고가 터진 직후라 고사했던 자리였으나 `정해진 운명인지 피할 수 없었다'면서 이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부대끼느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에 매각하던 당시 주역에 섰던 그는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는 선진금융기법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만족도 낮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우리나라 금융계가 그동안 놀랍게 발전했다면서 과거에는 예금유치가 최우선과제였고 건전성이나 수익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고객들이 아직도 은행을 공공 서비스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금융서비스를 받는 데 대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관치금융을 벗어나려면 `재채기 한 번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체력을길러야 하며 독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전 은행장도 이날 낮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임 2년여간의 활동과 아쉬움 등을밝혔다. 강 행장은 한은.외환은행에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일본.홍콩.미국 등지에서 보냈으며 씨티은행.뱅크트러스트를 거쳐 도이치은행 한국대표를역임하다 지난 2000년 6월 서울은행 행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무엇보다 서울은행이 합병되는 것에 대해 2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뛴 직원들이나 조직을 위해 순순히 명예퇴직을 택했던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당시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은행이 `잘 팔릴 수 있게' 부실을 털어내고 조직을 정돈하는 일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금융계에서 오래 일하긴 했지만 `변방'인 외국계 은행의 서울지점장과시중은행 은행장으로서의 경험은 크게 달랐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좋은 합병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은행이 대형화를 추구하는것이 마냥 옳은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합병 은행들이 얼마나 안정되는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와의 계약에 따라 연 5억6천만원의 시중은행장 중 최고 연봉을 받았으며 퇴직금으로는 약 1억원정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분당(자택)으로 오면 만날 수 있다"면서쉬겠다는 뜻을 밝혔고 강 행장도 6개월 가량 여행을 다니며 해외에 있는 가족.친지등을 만나며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일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