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강응구 전산정보본부 팀장(53)에겐 23일이 1년보다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지난 8개월간 준비해온 옛 국민.주택은행간 전산통합 작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올 3월부터 2만6천여 전임직원중 전산요원 7백여명을 포함한 1만4백여명이 투입돼 전산통합에 대비했다. 7월1일부터는 강 팀장을 포함한 전산부 직원들이 휴일도 없이 철야근무에 돌입했다. 추석연휴(20∼22일) 기간엔 김정태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 2만6천여명중 절반이 출근해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D데이를 하루앞둔 22일 오후 3시.새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돌아갈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순간이었다. 이어 오후 6시 전은행 CD 공동망에 연결됐다. 오후 7시와 8시엔 인터넷과 폰뱅킹이 차례로 오픈했다.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23일. D데이가 밝았다. 전산통합 소식에 자신의 계좌와 잔액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려는 고객이 일시에 몰렸다. 이 바람에 오전 9시10분에서 30분사이 인터넷뱅킹이 일시 지연됐다. 강 팀장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신속히 대응에 나서 인터넷뱅킹은 곧 정상화됐고 더 이상의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 팀장은 "이번 전산통합의 기술적 특징은 3개의 CPU(중앙처리장치)가 병렬로 연결"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 CPU가 중단되더라도 다른 CPU가 자료를 넘겨받아 작업을 처리하는 '3백65일 24시간 무장애'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전산통합 비상상황실 운영이 끝나는 오는 10월3일까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후엔 숨돌릴 틈도 없이 국민은행의 차세대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3∼4년 뒤엔 세계에서 손꼽히는 첨단 전산시스템을 갖춘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민은행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강 팀장은 "전산통합의 성공 못지않게 뜻깊은 일은 전산통합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옛 국민 및 주택은행 직원들이 하나로 뭉쳤다는 점"이라며 "전산은 물론 직원들도 하나가 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원-뱅크(One Bank)가 됐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