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과 신용카드간 충돌은 일찍부터 예견돼왔다. 기술발전으로 휴대폰에 신용카드 기능을 삽입할수 있게 된데다 모바일 금융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과 통신간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3천만명이 넘는다. 금융회사들은 이통사들이 이 막대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모바일 금융시장에 뛰어들 경우 존립 근거조차 흔들릴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쟁점 지불.결제 기술방식이 우선 쟁점이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공동으로 집적회로(IC)칩에 신용정보를 저장하는 'IrFM'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KTF도 IrFM 기술을 자체개발하고 있어 사실상 이통사들은 IrFM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반면 BC카드와 국민카드 등 신용카드사들은 휴대폰 메모리에 신용정보를 저장하는 '줍(Zoop) 방식'을 선호한다. IrFM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한 회사의 카드 정보만 담을 수 있어 신용카드사간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통사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또 이통사는 고객들의 거래 정보를 공유하자고 주장하지만 카드사들은 반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이통사가 갖는 것은 사실상 카드사의 핵심 자산을 공유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양측 전략 이동통신 시장에서 음성통화 부문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과 모바일 금융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3천만명의 가입자가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되면 플라스틱 신용카드가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 또 고객들의 상거래 정보를 확보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SK그룹이 향후 비전을 종합 마케팅.유통 회사로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카드사들은 이통사가 막강한 잠재적 경쟁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아직 정부가 이통사의 신용카드업 진출을 허락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카드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모바일 금융거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통사와의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이들의 사업영역 침범을 최소화해야 한다는게 카드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 은행들도 우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최근 "SK텔레콤과 KTF가 휴대전화에 대금결제 기능을 결합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두려운 일"이라며 "이통사들이 5년내 금융-통신-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통사들이 3천만명 이상인 휴대전화 가입자의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분야에 진출하면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갖고 있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