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인 장성은씨(30)는 최근 인터넷뱅킹 덕을 톡톡히 봤다. 학위를 딸 때까지 현재 갖고 있는 주택 임대수익 관리나 공과금 납부, 학비 해외송금 등 금융거래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은행 직원으로부터 인터넷뱅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미국에서도 인터넷으로 국내 은행에 자금이체 송금 세금납부 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쌀 수 있었다. 그는 "인터넷뱅킹이 자금이체뿐 아니라 예.적금, 대출, 기업 자금관리, 계좌통합 서비스, 전화.전기요금 납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e금융(전자금융)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발품을 팔아 일일이 금융회사 창구를 돌아다니는 것은 '옛일'이 됐다. 은행뿐 아니라 주식투자나 보험가입 및 보상청구 등 거의 모든 금융업무가 컴퓨터 인터넷 등 전자금융을 이용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능해진 세상이 됐다. 전자금융의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사용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뱅킹은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2년이 조금 지난 작년말 현재 이용고객이 1천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24.2%로 4명당 1명꼴로 인터넷뱅킹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용 건수도 연간 1억2천만건을 넘어서 2000년의 4천만건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시중은행의 업무중 인터넷뱅킹 비중은 약 15%까지 높아졌다.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역시 이용실적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이버거래로 불리는 HTS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98년으로 그해 1월 사이버거래 비중은 전체 주식거래의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비율이 약 67%로 급격하게 뛰어 올랐다. 삼성 대신 LG 등 대형 증권사의 경우 홈트레이딩 비중이 전체 거래량의 80%를 웃돌고 있다. 보험 업종에서도 전자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인터넷을 통해 약 65만건의 보험상품과 18만건의 대출상품이 판매된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추정하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의 경우 확산속도가 빨라 2000년 3.4분기중 인터넷을 통한 상담비율이 11.1%에 불과했지만 작년 3.4분기중 20.5%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 전문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이 등장하며 보험업계에도 e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뱅킹이나 사이버주식거래 등 e금융이 이처럼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편리성 외에도 각종 수수료 및 금리면에서의 혜택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같은 은행끼리 송금할 때는 지역에 상관없이 수수료가 면제되고 다른 은행이라도 수수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대출도 인터넷을 통하면 좀 더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사이버주식거래 역시 수수료를 창구나 전화로 주문할 때의 약 10~50% 수준만 물면 된다. 국내 e금융은 내년부터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해 전자서명법에 따른 법적인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등 더욱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는 증권사 HTS를 이용하려면 금융결제원 등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 은행의 인터넷뱅킹 거래자도 내년 5월부터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거래가 가능하다. 고객은 1개의 공인인증서로 인터넷뱅킹과 사이버 주식거래 등 모든 전자금융거래는 물론 전자민원 조달 입찰 등 정부관련 업무까지 볼 수 있게 되는 등 사이버상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라진 전자금융 환경에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금융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사가 e금융 서비스 개발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