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태 <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6월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꿈과 환희의 시간이었다. 광고를 업으로 삼은 광고인으로서도 마찬가지다. '공감'이라는 진정 값진 광고의 소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광고는 항상 위험을 안고 있다. 같은 내용의 광고라도 세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광고를 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느끼는 감성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광고를 통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문제는 '10인 10색'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소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는 소재를 발굴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 가는 것보다도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월드컵은 광고계에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다. 바로 공감과 감동이었다. 사회 현상이나 가치를 가장 빨리 수용하는 산업인 광고의 존재가치가 월드컵 기간 그 어느때 보다 돋보였던 것이다.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고 하는 삼성카드, '안정환 선수 한골 더'의 KTF, 붉은 악마의 힘이 있는 응원 모습을 보여 주는 SK텔레콤 광고 등은 국민들과 호흡하며 돋보였던 대표적인 광고들이다. 이들 광고는 모두 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승, 16강, 8강, 4강을 기원했다.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 주기를 선수들에게 간절하게 기원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염원을 대신 기원해 주는 광고를 보면서 회사에 대한 호감도 키워 갔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염원을 대신 전달해 줌으로써 자신들의 바람이 선수들에게 전달됐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심리적 욕구를 해결해 주면서도 희망을 키웠던 월드컵 기간 광고들이 13번째 대표선수로 4강 신화에 일조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 월드컵은 끝났다. 향후 광고는 월드컵을 통해 확인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좀 더 오랫동안 국민들이 간직하도록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어려울때 마다 사진첩을 다시 한번 들쳐 보며 힘을 얻게 하는 역할을 광고계는 수행해야 할 것이다. 광고계는 자랑스러웠던 2002년 6월의 우리 모습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광고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공감이며,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