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이덕훈 우리은행장.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과 말투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가 베이징에서 던진 화두(話頭)는 두 가지. "추가 합병을 하지 않고도 앞으로 2년 안에 우리은행을 국민은행 수준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는 것과 "중국 영업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행장은 "작년 3월 75조여원이던 총자산이 지난달 말 90조여원으로 늘어났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에는 1백10조원, 2004년 말까지는 1백5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합병 후유증으로 은행을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 굳이 경남.광주은행을 포함한 다른 은행과 합병하지 않고도 국민은행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최근 경제계의 화두인 '히딩크식 경영'에 대해 "능력 위주의 인사 등은 본받겠지만 경영진에 대해서만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고 지금처럼 내부 출신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내부 인력이 다른 어떤 은행보다 뛰어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중국 영업에 대해서도 그는 확실한 청사진을 꺼내 보였다. "오는 2008년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중국내 영업망을 2004년까지 다섯 군데로 늘리겠다"는 것. 구체적으론 올해 베이징지점을 개점하고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선양과 톈진에 영업점을 내 기존의 홍콩 및 상하이지점과 함께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특히 중국내 영업대상을 한국 기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중국 기업 및 제3국 기업들로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베이징대와 '한.중 수교 10주년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나 중국공상(工商)은행에 이어 외환 전문은행인 중국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것. 이 행장은 특히 베이징대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 중국 진출을 위한 도우미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기업금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중국시장을 장기적으로 개척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이 행장은 베이징에서의 일정을 마치자마자 직원들이 참여하는 '실크로드 극기훈련'에 합류했다. 중국에서 펼쳐보인 '이 행장의 꿈'이 과연 이루어질지 사뭇 궁금한 순간이다. < hayo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