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hoi@kistec.or.kr 생활수준이 높아지고,자녀들을 많이 낳지 않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옷 장난감 책 가구 등을 한 번 사서 쓰고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은 쓸만한 물건인 데도 싫증이 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같은 물건이 여러 개 있어 하나만 쓰고 나머지는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으며,잃어버린 물건은 아예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특히 유행이 지난 물건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연필을 사달라고 하면 쓰던 몽당연필이 새끼손가락과 견줘 그보다 짧아야만 새 연필을 사주곤 했다. 거부(巨富) 록펠러 가법(家法)에도 새 연필을 타려면 몽당연필을 보여야 했다. 1998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헤어초크 독일 전대통령이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묵었을 때 단 한 번도 룸서비스를 부르지 않았고,20장의 수건 가운데 단 두 장만을 쓰고,양말은 화장실에 빨아 말렸으며,외출할 때는 켜 두어야 하는 표시등까지 찾아 끄고 나갔다. 76명의 수행원도 세탁물을 맡긴 경우는 3건이 고작이었다. 독일 중류 가정에는 재봉틀이 없는 집이 없으며,쓰지 않는 물건은 벼룩시장을 통해 바꾸거나 나눠주곤 한다. 근검정신이 몸속 깊숙이 배어있는 것이다. 조선 중엽 윤현(尹鉉)이라는 분이 호조판서로 있을 때 돗자리가 해어져서 못쓰게 된 것을 모조리 모아 자리 가로 돌려가며 둘러 꾸민 푸른 천을 뜯어낸 나머지를 조지서(造紙署)로 보내 종이를 만들게 하였다. 푸른 천은 빨아 다려 예조로 보내 여진족의 옷끈을 만들어 팔았으며,호조창고에 쌓아둔 쌀을 풀어내 쓰고 난 쥐똥 섞인 것은 풀을 쑤어 외국 사신이 와서 묵는 공관을 도배하는데 쓰게 했다. 우연한 기회에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들의 녹색수첩'이란 책을 보니 '아나바다'생활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말뜻은 '아껴 쓰고,나눠 쓰고,바꿔 쓰고,다시 쓰는' 생활을 일컫는 것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나바다'생활을 습관화한다면 잘 사는 것은 물론 환경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