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서현(29)씨의 제일모직 입사를 계기로 이른바 '삼성가 로열패밀리'의 잇따른 계열사 '낙하산 인사'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다시 제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장남 재용(34)씨가 삼성전자 상무보, 장녀 부진(32)씨가 신라호텔 기획실 부장, 차녀 서현씨의 남편이 제일기획 상무보로 입사한데이어 서현씨도 내달부터 제일모직 부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회사 안팎에서 곱지않은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 자녀들의 잇단 계열사 입사가 향후 삼성의 후계구도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향후 이들의 회사내 영향력 행사와 지분이동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장남 재용씨의 경우 지난 91년 공채 32기로 입사한 뒤 곧바로 해외연수에 나갔다가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참여연대 등과 논쟁을 빚었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 상무보의 경영참여 직전 열린 주총에서 `삼성전자 과장이 1만1천600명이고 과장이 되려면 엄청난 헌신을 통해 7년이 걸리는데 입사 이후 유학만 다녀온 재용씨가 이들을 제치고 어떻게 바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서현씨의 남편이 올초 입사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은 "제일기획이 우수인력을영입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서현씨 남편도 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지배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였다. 서현씨의 경우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하는 등 업무관련 지식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나 제일모직의 일반적인 부장승진 연령이 4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역시 `특별한' 인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열패밀리의 낙하산인사가 논란이 되는 것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회사의 핵심위치에 둬서 경영차질을 빚을 경우 회사가치를 추락시켜 일반 투자자들이피해를 볼 수 있고 조직내 사기저하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소수의 지분을 갖고 계열사의 경영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황제식' 경영문제와 연관시켜 로열패밀리의 낙하산인사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치되는 한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이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자신이 2.01%, 부인 홍나희씨가 0.71%, 재용씨가 0.66%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으나 딸들과 사위가 입사한 신라호텔과 제일모직, 제일기획에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지분이 없으며 계열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특별한 검증절차 없이 자기사람을 회사면 회사, 정당이면 정당에 넣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는 흔히 있다"면서 "이는 우리사회 수준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자녀 및 사위의 계열사 입사와 관련해 이들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우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재용씨 승진의 타당성을 따지는 질문에 "승진은 회사 내규에 따라 이뤄질 것이며 재용씨는 삼성전자가 키우고 있는 인재500여명 가운데 한명"이라고 설명했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디자인 부문의 경우 일반직과는 다르게 다양한 형태의 특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서현씨의 경우도 현대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등 충분한 업무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