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표한 고령화 시대의 대책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고령화 시대의 사회정책 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들은 단순한 사회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사회분야의 광범위한 제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특히 KDI 보고서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 정년제 폐지,국민연금의 지급시기 조정,연금급여액 삭감,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정책안들을 내놓아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고령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볼 때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은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인구의 7%인 노령화사회에서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선진국은 40∼70년이 걸렸지만 우리의 경우 불과 19년 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하니 우리의 고령화 진입속도는 압축성장만큼이나 빠른 셈이다. 고령화의 진전은 생산가능 인구와 취업자 수를 감소시키고 저축을 줄여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장년·노인층을 조기 퇴직으로 내모는 각종 제도부터 대폭 손질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KDI의 권고대로 현행 연령기준의 정년제를 없애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일이다. 독일 덴마크 등은 55세 이상 노년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까지 주지만 우리나라에선 IMF사태 이후 퇴직연령이 급격하게 내려가 멀쩡한 인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실정이다.이같은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년제의 폐지와 함께 연공서열제도 함께 없애 임금구조와 고용형태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책의 대전환은 장기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50대의 강제 조기 퇴직이 속출하는 우리 현실에서,또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갑자기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추고 수령연금액을 줄인다면 경제력없는 조기퇴직자들과 노인들을 빈곤층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 쉽다. 일찍이 일본이 1980년대부터 노인문제를 '골드 플랜'이라는 국가적 과제로 다뤄왔듯이 우리의 고령화 대책 또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노인문제에 대해 최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잇따른 관심이 선거철에만 반짝하고 이내 유야무야될 말뿐의 대책이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