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에서 과다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퇴출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융자심사를 까다롭게 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올들어 1-4월중 회사채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기업은 과거 최고였던 지난해 전체 실적의 44%에 달하는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 청산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에서 부실기업의 퇴출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이미 부실채권 처리부담이 무거운 상황에서 융자를 해줬다 채권이 다시 부실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전문기업인 론 프라이싱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대표적 대출방법인 커미트먼트라인(일정액 범위내에서 고객이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융자한도계약)의 금리는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중에서 가장 낮은 트리플B등급 기업의 경우 1.4분기의 금리가 전년 동기에 비해 30%나 올랐다. 새로운 융자한도 설정에도 소극적이다. 부정융자문제로 최고경영자가 사임하는사태로 발전하는 바람에 주가가 연초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유력 장거리통신기업인 월드컴은 금리를 2배로 올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이나 은행단과의 교섭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투자가들로부터의 자금공급도 줄었다. 미국 채권시장협회에 따르면 1.4분기의회사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대비 22% 감소했다. 시장이 도산위험에 민감해졌기 때문으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기업의 경우 41%나 줄었다. 매출액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은 유력 에너지기업 리라이언트 에너지는 충분히소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서지 않자 5억달러에 달하는 사채발행계획을 급히 취소했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 레이팅스에 따르면 2001년에 도산 등의 이유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회사채의 총액은 전년의 2.8배로 늘어나 과거 최고인 781억달러에 달했다. 올들어서도 연초에 연방파산법 11조 적용을 신청한 유력 통신업체 그로벌 크로싱을 비롯, 1-4월중 디폴트는 345억달러로 작년 기록에 육박하는 기세로 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