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발명한 것은 독일인이지만 발전시킨 것은 프랑스인이다. 독일의 다임러벤츠사는 최초로 가솔린차를 개발해 세계 최고(最古)의 자동차 메이커라는 이름을 얻었지만,가솔린엔진의 장래를 내다보고 사업화한 것은 푸조가 처음이다. 1880년대 자전거를 생산하던 푸조는 1890년에 다임러 엔진을 사용,가솔린 엔진차 시작품을 생산하면서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한다. 1894년 세계 최초로 열린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전유럽에서 명성을 얻게 된 푸조는 이후 203,402,403과 같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튼튼한 회사로 자리잡았다. 그 중에서 2차대전으로 생산을 잠시 중단한 뒤 1948년 출시한 "푸조 203"은 교회의 의자와 같이 생겼던 대부분의 전후 사각 모양의 세단들 속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푸조의 재건에 큰 공헌을 세웠다. 프랑스 메이커 중에서도 푸조가 가장 성공하게 된데는 203의 모노코크 바디와 혁신적인 엔진이 큰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950년 초 크라이슬러의 반구형(Hemisphere) 실린더 헤드를 가진 유명한 "헤미"(Hemi) 엔진을 응용해 새로 개발한 푸조의 1천2백90cc OHV 엔진은 걸작이었다. 이 엔진은 203의 가장 진보한 부분으로,낮은 압축비와 경합금제의 헤드는 부드럽게 잘 회전하고 내구성도 우수했다. 터프한 메커니즘,유연한 승차감을 가진 푸조 203은 1960년 단종되기까지 70만대 가까이 판매되는 기록을 남겼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사자"라고 불리는 푸조는 별명에 걸맞는 강인한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금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푸조는 고성능 HDi 디젤엔진과 컴팩트 307의 강력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3백10만대가 넘는 판매로 세계 6위에 오르는 전성기를 누리며 독일차 등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998년 뤽 베송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은 영화 "택시"에서 주인공이 푸조 차(406)로 스피드 질주를 하면서 벤츠를 모는 독일 갱단을 소탕하는 활약을 펼치는 것을 연상할 법하다. < 김상권 부사장.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