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마무리 준비작업에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이 세계인의 축제를 볼모로 한 노동계의 파업 계획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월드컵기간 중 노사평화를 위한 주요업종 노사정 공동선언대회가 노조측의 불참으로 끝내 무산돼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당초에는 많은 단위사업장 노조들이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상급 노동단체들의 압력으로 결국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도대체 상급단체들은 근로자들을 위한 단체인지,아니면 정치투쟁을 일삼는 소수만을 위한 단체인지 다시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오는 20일께부터 월드컵 개막일인 이달말까지 무더기로 쟁의조정신청을 낸 후 대대적인 연대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그중에는 월드컵에 직접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전국관광노조연맹과 민주택시연맹 등이 포함돼 있어 온 국민이 힘들여 준비한 잔치가 자칫 큰 낭패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죽하면 노동계 내부에서조차 월드컵 연계투쟁은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이 일고 있겠는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노동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는 바스크 분리독립단체까지 무기를 버리고 행사에 협조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산업계 일각에서도 양대노총의 강경태도와는 달리 공동 평화선언문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노사관계의 안정 없이 월드컵은 성공할 수 없다. 이제라도 상급 노동단체들은 이성을 되찾아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파업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국민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