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홈페이지엔 '놀부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라는 글이 자주 올라 옵니다. 외국계 레스토랑들이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주류인양 인식되는 현실에서 우리 음식문화의 자존심을 지킬 대표 브랜드를 만들라는 고객들의 뜻이죠." 놀부보쌈 놀부명가 등 9개 브랜드, 3백여개 음식점을 거느리고 있는 ㈜놀부의 오진권 사장(51)이 10일 "경영권을 절대 2세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 사장은 이날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놀부를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국민기업으로,세계적인 한식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역설했다. 오 사장의 장남 현준씨(27)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와 현재 군복무중이고 딸 지연씨(26)는 미국에서 조리학교를 수료했다. 이들이 이날 아버지의 발언을 들었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 사장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식들에게 전문경영인이 놀부의 경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혀온데다 자식들도 아버지의 뜻을 알고 일찍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들도 아빠의 생각이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대신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의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하겠다면 적극 지원해줄 생각입니다. 물론 놀부와는 상관 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놀부는 지난해 7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백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회사 지분은 대부분 오 사장이 가지고 있어 놀부는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그러나 오 사장은 "이윤은 최대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놀부는 5년전부터 장애인 문학지인 '솟대문학' 제작비를 지원해왔고 매주 반찬세트 80여개를 독거노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고아원 양로원 등 불우시설을 돕기 위한 '사랑의 음식 봉사단'이란 비영리 단체도 발족했다. 1990년 놀부장학회를 설립한 이후 수백명에게 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오 사장은 "월셋방에서 살 때도 형편에 맞게 이웃사랑을 실천하려고 애썼다"며 "성공하고 나서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웃 사랑은 잘 사는 사람들의 당연한 도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