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를 끌어오던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새주인으로 맞게 됐다는 소식이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우차 노조의 단체협약 개정안 찬반투표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어제 정건용 산업은행총재가 밝힌 내용으로 보아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르면 7월 'GM·대우차'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대우차의 매각 성사는 매각대금 17억달러를 놓고 헐값 시비가 있어온데다 장기 운영자금 20억달러 대출과 특소세 유예조치가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오랫동안 우리경제를 짓눌러왔던 대우그룹 정리 문제를 매듭짓고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긍적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GM이 6년간 위탁생산한 후 인수를 검토키로 했던 부평공장을 3년 후 인수키로 하고 직원 전원 고용승계를 포함한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키로 노사가 합의한 것은 큰 성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GM이 부평공장 인수조건으로 제시한 △3년 연속 4% 이상의 대당 생산소요시간 단축으로 세계기준의 경쟁력을 갖출 것 △노사분규 일수가 GM의 전세계 사업장 평균치 이하일 것 등의 요구는 충족시키기가 만만치 않아 또다른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하겠다. GM의 노동쟁의 연간 평균일수는 5일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대우차 노사의 비상한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새로 출범할 GM·대우차는 양측이 공동출자한 독립적인 합작법인이지만 대주주의 글로벌 생산 판매전략에 따라서는 GM의 단순한 하도급 공장으로 전락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앞으로 GM·대우차를 자동차 독자 개발능력을 가진 독립자동차 회사로 존속시키는데 회사관계자는 물론 우리 정부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 인수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자판의 매각도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GM의 대우차 인수는 국내 자동차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시장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국내자동차 산업의 기술 및 서비스 경쟁력을 한차원 높일 수 있는 수준 높은 경쟁이다. GM·대우차의 출범을 계기로 한국 자동차산업이 신기술개발과 선진경영기법 습득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체제를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