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산신청을 한 미국의 K마트는 미국 최초의 할인점으로 90년대 초까지 백화점 업체인 시어즈로벅과 함께 미국 유통업계의 선두권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보수적이었다. 반면 미국 최대의 할인점인 월마트는 정보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월마트는 미국 경제잡지인 포천이 최근 선정한 5백대 기업중 제 1위에 올랐으며, 현재 전세계 4천6백여개 매장에 1백30만명의 직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월마트는 80년대에 이미 판매정보를 자동 분석해 경영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P&G 등의 제조업체들과 협력하여 CR(연속상품보충) 시스템을 구현했다. 국내 기업들이 90년대 중반 이후 또는 최근에 와서야 시도하고 있는 기법이다.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은 점포 수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점포 수가 많을수록 구매력(buying power)이 커지고 가격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포 수와 매출액 규모에서 훨씬 앞섰던 K마트가 월마트에 추격당해 도산한 것처럼 외형만으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정보기술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운영 효율의 개선과 비용 절감을 달성해야 한다. 물류용 바코드와 팔렛 표준화 =정보기술 활용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제표준의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주요 물류거점에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나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소매용 국제표준 바코드(EAN-13)의 보급률은 1백%(대형 유통업체 취급 상품 기준)에 가깝지만, 물류센터에서 필요한 물류용 국제표준 바코드(EAN-14와 UCC/EAN-128)의 보급 수준은 아직 낮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물류센터는 크로스 도킹(Cross Docking)과 같은 통과형 물류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회전율과 생산성이 낮은 보관창고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 팔렛 표준화도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 캔 포장 상품의 경우 캔 포장이 찌그러지면 내용물이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캔 포장이 찌그러지는 주된 이유는 차량운송 과정에서 상품이 적재함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배송차량의 적재공간이 적절하게 확보된 표준 팔렛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 팔렛을 사용하지 않으면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일괄 수송이 불가능하다. 제조업체 창고, 배송차량, 유통업체 물류센터를 거칠 때마다 비표준 팔렛에 적재된 상품을 옮기는 비생산적인 작업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전자문서교환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EDI는 기업간 상거래 정보의 자동 교환 및 처리를 위해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EDI 활용 업체 수의 증가와 적용 업무의 확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국제표준 전자문서의 활용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서로 다른 양식의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유통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은 정보처리 비용이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거나 완전 자동화가 불가능해 수작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판매시점 정보관리 (POS.Point Of Sale) 시스템 =할인점 백화점 편의점 등 대부분의 대형 유통업체에는 POS 시스템이 보급돼 있다. 그러나 단독 슈퍼마켓과 같은 중소 유통업체의 POS 시스템 도입 비율은 아직 낮다. 자금과 기술 측면에서 중소 유통업체가 POS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원 노출에 대한 저항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네트워크 POS 시스템 사업과 같은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중소 유통업체의 POS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유통정보센터는 대형 유통업체의 POS 시스템으로부터 수집된 판매정보를 분석하여 유통업체 및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시장조사에 비해 신속.정확하게 소비자 구매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이 정보 서비스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전략적 활용 가치가 큰 데이터를 수집하려면 국제표준 바코드와 POS 시스템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국내 소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3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소매 매출은 재래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통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 유통산업 전체의 동향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하여 유통정보화와 유통산업의 현대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 유통업체의 POS 시스템 도입이 확산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