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조조정본부(옛 비서실)는 삼성 경영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구조조정본부를 거쳐간 주요 계열사 사장들만 해도 20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구조조정본부는 그만큼 유능한 인재를 뽑아 쓰고 키운다는 얘기다. 구조조정본부와 계열사 사장들은 견제와 균형속에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학수 본부장(사장)은 구조조정본부를 이끄는 핵심인물이다.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는 "이 회장의 그림자"로 불린다.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1997년부터 구조조정본부장직을 맡아왔으며 그룹이 가장 어려울 때 구조조정을 성공시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을 반석 위에 올라서게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삼성상용차 등 부실사업 처리,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도입 등이 다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본부장은 참모 역할을 했던 과거의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CEO(최고경영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대안을 나열해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팀장들과 계열사 사장들의 의견을 종합 판단한 방안을 마련해 결재를 받는 스타일을 취한다고 구조본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지휘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삼성자동차 사업 정리 때 이 본부장의 진가가 드러났다. 일부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과 삼성생명 주식 사재 출연을 결정한 것은 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대우와 자동차 빅딜 논의 이전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기로 했던 그룹의 방침을 바꾼 것도 이 본부장이었다는 후문이다. 김인주 재무팀장은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현황을 꿰뚫고 영향력을 미치는 이 본부장의 '오른팔'이다. 삼성가(家) 내부의 지분정리 등 복잡한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부장 승진 이후 거의 매년 한 단계씩 직급이 오르는 초고속 승진코스를 밟아왔다. 제일모직 관리부에서 근무할 때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 총괄 사장,제진훈 삼성캐피탈 사장과 함께 이 본부장으로부터 관리 기법을 배워 그룹 재무통의 전통을 잇는 핵심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순동 부사장(홍보팀장)은 신문 기자를 거쳐 전자 홍보팀장,구조조정본부 홍보 담당 이사 등을 거친 홍보맨이다. 언론계와 폭넓은 교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다. 박근희 전무(경영진단팀장)는 5년 동안 그룹 감사를 총괄하면서 분명하고 냉철하게 업무를 처리해왔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노인식 전무(인사팀장)는 인사 전문가로 해외 우수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김준 상무(비서팀장),장충기 전무(기획팀장),김용철 전무(법무팀장) 등이 이 본부장을 보좌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에도 구조조정본부를 거쳐간 경영진들이 포진해 있다. 홍보팀장을 맡았던 배동만 사장은 제일기획에서,배종렬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각각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과 이재환 삼성벤처투자 사장은 기획팀장으로 일했다. 이우희 에스원 사장은 인사팀을,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경영진단팀을 맡았었다. 이형도 중국 본사 부회장,송용로 삼성코닝 사장,안복현 제일모직 사장,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상현 삼성전자 사장,고홍식 삼성종합화학 사장,최성래 삼성석유화학 사장,김현곤 삼성BP화학 사장,유석렬 삼성생명 사장,이경우 삼성카드 사장,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정준명 일본 삼성 사장 등도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