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직위 지원자요. 인사국장 희망자는 1명이고 감사관은 2명으로 마감됐습니다"(행정자치부 총무과 담당자) 현 정부가 철밥통을 깨기 위한 공공부문 개혁의 비책으로 내세웠던 개방형 임용제가 시행 2년만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전문적인 행정서비스를 요구하는 분야에 민간전문가도 과감하게 등용하겠다는 것.정부운영체제에 경영마인드를 정착시키기위해 2000년 3월부터 시행됐었다. 하지만 이처럼 혁신적인 개혁의 실체는 참담하다. 11일 현재 개방형직위 공무원 1백17명중 15명만이 민간인 출신이다. 민간인 등용이 '생색용'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인사 실무집행을 맡고 있는 부처조차 이 제도를 '개혁'은 커녕 '요식절차'쯤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대상자를 내부적으로 내정해놓고 마치 두루 적임자를 물색하는 양 시늉만 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행자부 실·국장 인사가 대표적인 케이스.인사국장과 감사관을 개방형직위랍시고 발령을 내지 않았고 홈페이지에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행자부 내부에서 후임 인사국장에 의정관,감사관에 모 국장급이 내정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듯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인사가 이뤄지는 것을 뻔히 아는 판국에 내부지원자조차 나올리 만무했다. 2년전만 해도 인사국장에 4명이,감사관의 경우 5명이 응모했다. 기획예산처의 경우를 보자.이 부처는 예산총괄심의관을 지난 5일까지 널리 구하는 것처럼 공고까지 했지만 이미 내정된 사회예산심의관이 예산총괄심의관으로 발령날 때까지 경쟁자는 전무했다. 역시 개방형직위인 정부개혁실장도 현직 공무원이 경쟁없이 연임했다. 이처럼 부처마다 기존의 개혁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할 의지도,개선할 뜻도 없으면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면 마치 개혁 첨병인양 의욕적인 보고를 해댄다. 이근식 행자부 장관도 11일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민간 우수인재를 유치하겠다"고 보고했다. 행자부가 이같은 '약속'을 얼마나 지킬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최승욱 사회부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