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주말을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은밀하게 광주∼상하이 항공노선의 주 4회 운수권을 대한항공에 배정했다. 그동안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새 항공노선을 배분할 경우 공식보도자료를 내는 게 상식인데 이날은 얼렁뚱땅 넘어갔다. 건교부 내부적으로도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감지케 하는 대목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시아나항공이 불만을 표출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3일 건교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돌려 건교부를 궁지로 몰았다. 건교부의 밀실행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뭣에 쫓기는지,외부 눈치를 보는지 모르지만 상습적으로 감추려 한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는 올 신규 항공노선 배분의 최대 관심사였던 인천∼런던 주3회 운수권 배분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마치 노선배정에 따른 잡음을 미리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연휴직전의 들뜬 분위기와 각종 뉴스에 묻히길 바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런던노선에서 물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대한항공은 건교부에 대해 아시아나에 편파적인 노선 배분의 기준과 근거를 밝히라는 '정보공개'를 요구,법정싸움까지 불사한다며 벼르고 있다. 최근 들어 보도 취약일(?)을 틈타 노선배정을 하는 것이 잦아지자 건교부 항공국 직원들 사이엔 '휴일 기습조'란 자조섞인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노선을 결정해 민간항공의 발전을 촉진하기는커녕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 항공노선의 배분은 민항의 '운명'을 좌우하다는 사실을 모르는지,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는지 모르지만,건교부는 아직도 '노선배분은 전적으로 정부의 권한'이라며 군림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건교부가 밀실에서 자의적으로 노선을 배정하는 한 항공사간 해묵은 노선 갈등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학계 등 공정한 인사들로 구성된 '국제노선 조정 위원회'를 구성,투명한 절차에 따라 노선을 배분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이 닳도록 얘기하지만 건교부의 반응은 '우이독경'이다. 유병연 사회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