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신용카드사의 기세 싸움이 뜨겁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을 선봉에 내세운 백화점들은 현행 2.5%의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며 이를 낮춰달라고 카드사들에 요구했다. 카드사가 '떼돈'을 버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는 백화점은 높은 수수료를 무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카드사들은 막대한 수익은 수수료 수입 덕분이 아니라 현금서비스나 카드대출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친다. 백화점과 신용카드회사간 카드 수수료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1월에도 대형 백화점들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시민단체까지 개입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췄다. 하지만 이번 분쟁은 좀더 복잡하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삼성카드의 '기프트(gift)카드'를 시발로 백화점이 주름잡는 상품권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프트카드는 상품권형 선불카드. 삼성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기프트카드도 엄연한 선불카드라며 당국의 인가를 받은 가맹점 규약에 따라 모든 가맹점에서 이를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롯데 등 백화점 빅3는 이 카드는 받지 않는다. 백화점들은 이를 카드 모양을 한 상품권이라고 규정한다. 애당초 상품권시장 잠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설령 이 상품이 선불카드라 해도 별도 가맹점 계약을 하지 않아 받아줄 의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입씨름속에서 골탕먹는 것은 소비자뿐이다. 2년 전에는 백화점들이 느닷없이 비씨카드를 받지않아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결국 백화점은 수수료 부담이 줄었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돌려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번에는 신용카드사가 가맹점과 사전 조율도 없이 선물용 카드를 소비자에게 들이밀었다. 모든 책임을 '가맹점의 무지'로 돌리는 카드사의 태도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업계의 집단 이기주의는 마치 적벽대전 가운데 등장한 연환계(連環計)를 연상케 한다. 양쯔강의 풍랑을 버티기 위해 수십척의 배를 한 덩어리로 뭉치게 했던 계책이다. 이는 결국 자충수로 드러났다. 동남풍을 타고 날아오는 불화살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업계가 이익극대화의 연환계를 소비자 편익이란 명분으로 눈가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기대한다. 언젠가 소비자들의 불화살을 맞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