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양대 축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이다. IT와 BT는 출발지점이 달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곳으로 합쳐지고 있다. BT와 IT간의 '수렴(Convergence)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술변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인간 유전자지도 완성 이후 세계 생명과학계는 각종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DNA 분석을 통해 생기는 데이터량은 엄청나기 때문에 이를 손으로 처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량으로 얻어낸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로부터 유용한 것만 골라내는 기술인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 바이오 연구분야에서 필수적인 테마로 떠올랐다. 생물정보학은 인터넷과 컴퓨터,소프트웨어 등 첨단 IT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바이오기업들도 실험실에서 탈피,밖으로 눈을 돌리면서 새 파트너를 찾아 나서고 있다. 언스트&영이 '생명공학 전망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바이오기업의 세번째 생존키워드는 바로 'IT기업과 손을 잡아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IT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최근에 잠재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는 유전체학(Genomics)이나 단백질체학(Proteomics),생물정보학 등의 기술분야에 IT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바이오기업들은 IT 전문가를 외부에서 채용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독자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다행히 상당수 거대 IT기업들이 바이오 기술흐름을 미리 파악해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IT의 인프라에 BT라는 콘텐츠를 실어 좀더 고차원의 부가가치산업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바이오기업들은 이런 IT기업과 손잡는다면 새로운 기술상의 궤도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오벤처의 자금줄은 거대 IT기업=2000년까지만 해도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주로 대형 제약회사가 중심이 된 벤처캐피털에 의해 이뤄졌다. 노바티스벤처,야마구치벤처,머크캐피털,후지사와벤처 등이 대표적인 투자회사다. 그러나 2001년 들어서부터 바이오분야의 새로운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바로 IBM과 컴팩,모토로라,EMC,팜(Palm) 등 거대 IT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바이오텍의 성장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대규모 바이오펀드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IT기업들이 바이오 벤처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바이오인포매틱스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경우 바이오기업들이 자신들의 최대 고객이 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윌리엄 쿠퍼 언스트&영 재무담당 부사장)이다. ◇바이오투자의 선두,IBM=IBM은 바이오가 조만간 핵심사업 분야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자체 운용중인 벤처투자펀드 중 6% 정도를 바이오 투자에 집행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인포매틱스와 유전체학 분야 투자를 위해 1억달러 규모의 펀드까지 조성했다. 캐롤라인 코박 IBM 생명과학부문 부사장은 "바이오산업은 급속히 성장할 것이고 이 분야에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IBM은 따라서 투자회수 측면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구축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벤처에 대해 슈퍼컴퓨팅 스토리지 데이터관리 등의 기술을 전해주는 것은 물론 전문 IT인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사업경험,시장진출 전략 등의 노하우를 공급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